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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에 고개 숙인 기시다…"24일 오염수 방류" 갑작스런 발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에 보관돼있는 오염수를 24일부터 바다에 방류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2일 오전 관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상 등에 문제가 없으면 24일부터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뒤 약 2년 4개월 만이다.

오염수가 담긴 탱크가 늘어서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오염수가 담긴 탱크가 늘어서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방류 일정을 공개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에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뤄져, 국제사회의 정확한 이해가 확실히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수십 년 장기간에 걸쳐 오염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피할 수 없는 수순"

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일정 발표는 오염수 방류를 위한 내·외적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에도 "오랜 시간 이어질 원전 폐로 작업을 생각할 때 오염수 방류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긴박감을 표했다.

22일 오전 기자들에게 오염수 방류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22일 오전 기자들에게 오염수 방류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방류 개시는 올해 봄부터 여름 사이"라고 방류 강행을 예고한 뒤 발 빠르게 움직였다. IAEA 보고서 발표 직전까지 방류 설비 공사를 모두 완료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IAEA 보고서가 나온 뒤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방류를 위한 최종 작업으로 지난 1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에 이해를 구한 뒤 20일엔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시찰했다.

21일에는 해양 방류에 지속해서 반대해 온 어민 단체 대표들을 만나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 정부는 방류 후 일본 어민들이 풍평(소문)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약 800억엔(약 7300억원)의 기금을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다.

"신중하게 소량 방출부터 시작" 

정부 결정에 따라 도쿄전력은 방류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약 134만t의 오염수가 대형 탱크 1천여 개에 나눠 보관돼 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는 개시로부터 약 30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오전 10시 35분부터 탱크로부터 배관을 통해 오염수를 수조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며 "방출 시간은 24일 아침 바다의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첫 해인 올해는 전체 오염수의 2.3%를 내보내게 된다며 "신중하게 소량 방출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또 오염수의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를 넘거나 방류 설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즉시 방류를 차단할 수 있는 복수의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 방류 이후 희석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와 후쿠시마 인근 바다 14지점의 해수 방사능 수치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IAEA도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배출 시작 당일부터 그 이후 쭉 (오염수 방류가)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지속해서 감시하고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7월 원전 내부에 IAEA 사무소가 설치됐으며 현재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상태다. IAEA는 앞으로 방류에 관한 실시간 및 준실시간 감시 자료의 제공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IAEA는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별도 성명도 내놨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에서 IAEA는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투명성을 중요시하겠다는 합의에 따라 우리는 처리수(IAEA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표기) 방류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IAEA는 최근 한국 정부와 정보 공유를 하기 위한 양측간 정보 메커니즘(IKFIM)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AEA는 한국에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비정상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에 통보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 마련한 IAEA 현장 사무소에 한국 전문가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日, 중국 등에 규제 철폐도 요구 

방류가 개시되더라도 일본 어민과 중국 등 일부 주변국이 여전히 방류에 반대하고 있어 일본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오염수 방류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후쿠시마 인근 어민들의 반대가 여전하다. 노자키 데쓰(野崎哲) 후쿠시마현 어협연합회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니터링에서 이상한 수치가 나오면 바로 방류를 멈추도록 우리들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반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어민 단체 대표들과 만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어민 단체 대표들과 만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를 '핵 오염수'로 지칭하며 방류 계획 중단을 요구해 온 중국은 지난달부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세관에서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수입 규제를 시작했다. 이 조치로 지난달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33.7% 감소했다.

방류가 시작되면 중국과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은 물론 식품 전반에 관한 수입 규제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수입 규제로 일본 어민의 타격이 심해지면,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보이는 (외국의) 수입 규제 등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근거에 근거해 조기에 철폐하도록 요구한다"며 "수산물의 국내 소비 확대와 국내 생산량 유지, 새로운 수출 대상의 수요에 맞는 가공 체제 강화, 새로운 수출처 개척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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