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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만 지하차도 54㎞…안전 우려 커지는데 또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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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월 23일 서울 강남구 탄천 공영 주차장이 차량 출입통제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월 23일 서울 강남구 탄천 공영 주차장이 차량 출입통제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서울 등 대도시에 조성하는 대규모 지하차도 사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재나 침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재난 대응에 취약한 데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올 하반기 동부간선도로 월릉나들목(IC)에서 영동대로 사이 12.2㎞ 구간에 대한 지하화 사업을 착공할 예정이다. 강남구 삼성역과 코엑스 사거리 사이 영동대로 580m 구간도 지하화한다. 지상 도로는 녹지광장으로 바뀐다. 이와 맞물려 영동대로 지하에는 지하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연결하는 통합역사를 조성한다.

서울 시내 지하차도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교통 체증과 소음·분진, 지역 간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지하차도는 164곳, 길이는 총 54㎞에 달한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동부간선도로와 영동대로 지하화를 포함해 신월IC에서 국회의사당 교차로에 이르는 국회대로 총 7.6㎞ 구간에 대한 지하차도 공사도 한창이다. 국회대로 상부에는 영동대로와 마찬가지로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심 곳곳에 지하차도가 늘면서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도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집중 호우로 인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졌다. 2020년 7월 영남지역 호우 때도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사상자가 나왔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는 기상 관측 이래 최대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해 8월 8~9일 이틀 동안 동작구에는 시간당 141.5㎜의 빗물이 쏟아졌다. 150년 만에 한 번 올 수 있다는 기록적인 폭우였다. 일각에선 기후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시간당 180㎜의 극한 호우가 가능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차량과 인원 통행이 집중된 곳은 더 문제다. 시간당 최대 6000대의 차량이 통과하고, 교통 이용객이 하루 60만 명인 영동대교 지하화의 경우 감사원도 침수 대책 등을 수립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상 이변에 대비해 지하도로 원점 재검토를 포함하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라 지하공간에 대한 침수 우려가 커지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선제적인 통제나 재난 상황에 예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서울시는 안전 대책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최병훈 서울시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장은 “영동대로 지하차도는 ‘200년 강우’에 맞춰서 수방 구조물을 작업했기 때문에 침수 부분에 대해서는 설계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200년에 한 번 정도 올 만한 비에 대비했다는 의미다. 최 단장은 “탄천의 경우 200년 빈도 계획홍수위가 118.01m인데 이를 반영해 예상 침수 높이를 118.34m로 설정해 영동대로 지하 공간을 시공 중”이라며 “행정안전부 안전 지침을 충족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일대에 잠실야구장 30개가 들어가는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영동대로 일부 구간을 지하로 빼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한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일대에 잠실야구장 30개가 들어가는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영동대로 일부 구간을 지하로 빼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한다. 사진 서울시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이후 자동 차단시설 설치에 나섰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지부진하다”며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는 지하차도에 수위 검출기와 침수 주의 경고판 등 복수의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공간 활용은 이제 ‘효율’에서 ‘안전 우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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