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살려달라 외치던 희생자 자꾸 생각난다" 끝나지 않은 오송참사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군과 경찰,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배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고현장에서 군과 경찰, 소방당국이 합동으로 실종자 수색과 함께 배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생존자 “지하차도만 봐도 가슴 두근” 후유증 호소 

“멍하니 있다 보면 사고 당시 상황이 자꾸 떠오른다. 불면증이 심해 2~3시간도 자기 어렵다.”

지난달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A씨가 16일 사고 후유증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A씨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 당시 생존자다. 이 사고로 14명이 사망했다. A씨는 “비가 많이 오는 날 외출하기가 무섭고, 지하차도를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바닷가에서 파도치는 모습만 봐도 두렵다. 일상이 공포가 됐다”고 말했다.

A씨를 비롯한 오송 참사 생존자들은 이날 생존자협의회를 발족했다. 사고 한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치유·회복 지원을 요구했다. 공식 집계되지 않은 부상자 1명과 연락이 닿으면서 협의회 구성원은 모두 11명이다.

생존자 상당수는 불안 증상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유모(44)씨는 “생존자는 부상자 또는 탈출자이며 동시에 참사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라며 “함께 탑승했던 동료와 고립됐던 사람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으로 하루하루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충북도청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충북도청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영환 지사 등 3명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촉구 

생존자협의회가 밝힌 사고 당시 지하차도 안은 아비규환이었다. 버스 안에서 물이 차오르자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모습, 승용차 안에 갇혔다가 탈출하던 한 여성이 물에 휩쓸렸던 순간을 봤다고 한다.

이들은 출범과 동시에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 3명을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충북소방본부장 직무대리와 충북경찰청장 등 3명은 직무유기 혐의로 처벌을 촉구했다.

오송 참사는 허술했던 관계기관 대응이 속속 드러나면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많다. 사고 1차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교 임시제방은 행복청이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철거한 사실이 국무조정실 감찰에서 확인됐다. 규격 미달이었던 임시제방은 지하차도 침수(15일 오전 8시40분) 30분 전인 오전 8시9분 붕괴했다. 임시제방이 터지기 전에 2차례 112신고와 한차례 119 신고에도 충북도와 청주시는 도로통제를 하지 않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청주도시재생센터에 마련한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가 16일 청주도시재생센터에 마련한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속속 드러난 人災 정황…유족·피해자 “진상규명 필요”

국조실은 감찰을 통해 지난달 28일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공무원 등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충북도가 9명으로 가장 많고, 행복청 8명, 청주 흥덕서 6명, 청주시 6명, 충북소방본부 5명, 공사현장 관계자 2명이다. 공무원만 34명에 달한다. 검찰은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직무유기 혐의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오송 참사 이후 충북 지역은 단체장 고소·고발과 주민소환 추진 등으로 어수선하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청장 등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19일 김 지사와 이 시장, 행복청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용진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은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상황을 보면 홍수경보뿐만 아니라 감리단장, 마을 주민이 119와 자치단체에 제방 붕괴 위험을 알렸지만 도로 통제를 하지 않았다”며 “침수가 예고됐음에도 지자체가 보고체계와 상황 공유 미흡으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대형참사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발생을 유발한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 붕괴한 제방을 톤백 마대를 쌓아 보강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발생을 유발한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 붕괴한 제방을 톤백 마대를 쌓아 보강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고소·고발에 주민소환까지…어수선한 충북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도 추진된다.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시민을 상대로 거리 서명을 받고 있다. 충북 유권자 10%인 13만6000여 명이 서명하면 선관위에 주민소환 청구를 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