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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국 역사적 이정표” 중 “발표문 용어 악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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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미·일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중국 전문가는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미국 외교안보 연구기관 마라톤이니셔티브 공동 창립자인 엘브리지 콜비(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 대표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3국 정상 모임 연례화는 물론 외교·국방·산업·재무장관 회담 정례화, 지역 안보 및 첨단기술 협력 제도화 등으로 3국 협력의 골격을 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콜비 대표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우려를 사기에 충분할 정도로 충분히 정교한 수준”이라며 “이번에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에서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별도의 다양한 옵션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일 협의체가 ‘아시아 버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될 거라는 중국 반발과 관련해 “아시아의 나토가 될 거라는 주장에 회의적”이라며 “한·일 국민이 북·중의 위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공유하는 데 협력의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정치학자인 이와마 요코(岩間陽子) 일본 정책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소프트한 압박을 계속해 온 바이든 외교의 성과를 일정 수준으로 제도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아시아에서 미국이 중심이 돼 연결망을 만드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공고히 하는 중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마 교수는 “한·미·일이 위기 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하고 각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평소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소통 시스템을 만든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토와 같은 조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또 악화하더라도 제도화한 협력의 틀이 있으면 회복이 보다 쉬울 것”이라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일 사이에도 1963년 독일·프랑스가 체결한 ‘엘리제 조약’(독일·프랑스 화해협력조약)과 유사한 조약을 맺어 협력 관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셴둥(韓獻棟) 중국 정법대 교수(정법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는 “미국의 목적은 3국 메커니즘을 만들어 한국과 일본을 장기적으로 결박하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된 내용은 회담 정신, 원칙 및 미·일 정상회의 발표문 등에 보이는데, 관련된 사실과 위배되고 용어가 악렬(惡劣, 매우 나쁘다)하다”며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써서 대만 문제에 계속 개입할 공간을 남겨 놨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일이 안보 영역에서 지향성과 배타성을 유지하는 식의 소집단 협력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 보수 정치인들이 계속 반중 정서를 선동하면서 중·한 관계를 개선할 환경을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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