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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종로 한복판서…잇따르는 ‘묻지마’ 흉기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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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여년 전 임용고시에 합격한 뒤 혼자서 서울에 집을 살 돈을 모을 정도로 똑 부러진 동생이었는데….”

20일 오전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신림동 성폭행 살해 사건 피해자 A씨의 오빠 B씨는 하루 전 세상을 떠난 동생을 떠올리다 말문이 막혔다. 지난 17일 오전 피의자 최모(30·구속)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A씨를 성폭행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건 당일 A씨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교직원 연수를 준비하기 위해 등산로를 통해 학교로 가던 길이었다. B씨는 “동생이 운동을 즐겼기 때문에 학교 인근 둘레길을 선택해 출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8시쯤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유족의 말을 들어보니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지만 19일 오후 사망했다. 이에 따라 서울 관악경찰서는 피의자 최씨에게 기존 강간상해에서 강간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해 적용했다고 20일 밝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강간 등 살인·치사죄)에 따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씨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의 수사 진행 결과를 토대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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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유사한 범행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낮 12시 35분경에는 50대 남성 C씨가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여러 공구를 묶은 ‘미니 멀티툴(일명 맥가이버 칼)’로 승객들을 공격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승객 2명이 얼굴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된 이 남성은 과거 미분화조현병 치료를 받았으며, 2019년 이후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화조현병은 환각과 망상 같은 정신분열병 증상이 있지만 특정한 유형이 아닌 여러 유형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C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전철 내에서 여러 사람이 공격해 방어 차원에서 폭행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밤에는 60대 남성 D씨가 길이 20㎝가 넘는 칼을 들고 서울 종로구 성균관어학원 별관 인근을 돌아다닌 혐의(특수협박)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칼을 든 남자가 괴성을 지른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후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1시간 만에 종로구 집에 있던 박씨를 붙잡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은 D씨에 대해 “범죄가 중대하고 재범 위험이 있다”며 전날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20일에는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유튜브 실시간 댓글 창에 “다음 경기, 칼부림하러 갈게요. 다 죽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 E씨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시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미국에 국제공조를 요청하는 등 추적 수사를 통해 E씨를 이날 낮 12시 58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E씨는스포츠 토토 사이트에서 자신이 베팅한 팀이 지자 홧김에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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