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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한의 시사일본어] 난칸 다이가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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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31면

시사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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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인들에게 “일본 대학 랭킹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으면, 시원하게 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일본에도 사회 통념적으로 인정하는 ‘명문대’가 있지만, 공개적으로 순위를 매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 꽤 차이가 나는 데다 개인 의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의 기질도 작용하는 것 같다.

물론 일본에도 통념적인 대학 서열이 있고 ‘초일류’ ‘일류’ 대학으로 꼽히는 대학이 존재한다. 대입 학원가나 입시 사이트는 ‘명문(名門) 대학’ 대신 ‘난칸(難關) 대학’으로 표시한다. 말 그대로 입학 문 뚫기가 난관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뜻이다. 교육 전문 출판사인 오분샤에 따르면 전체 대학 수는 2022년 기준 790개다. 사립대가 592개로 가장 많고, 공립대 94개, 국립대 82개다. 난칸 대학으로 꼽히는 대학은 국공립 20여 개, 사립대 15개 정도다.

국립대 중에는 옛 제국(帝國) 대학에 뿌리를 둔 도쿄대, 교토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 오사카대, 나고야대학 등 7개가 가장 선호된다. 히토쓰바시대, 도쿄공업대, 도쿄예술대, 도쿄외국어대, 요코하마국립대, 고베대 등도 인기가 높다. 대학의 머리글자를 따서 ‘소케이조리(早慶上理)’라 불리는 와세다대, 게이오대, 조치대, 도쿄이과대가 4대 사립대로 꼽힌다. 국제기독교대, 가쿠슈인대, 주오대학과 서부 지역의 간사이대, 간세이가쿠인대, 도시샤대, 리쓰메이칸대 등이 뒤를 잇는다. 일본에도 전국 대학의 공식 순위가 있긴 하다. 영국 THE(타임스 고등교육)가 발표한 2023 일본대학 랭킹에 따르면 도호쿠대학이 4년 연속 정상 자리를 지켰고, 도쿄대는 전년과 같은 2위였다. 이어 오사카대, 도쿄공업대, 교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 나고야대, 쓰쿠바대, 국제기독교대 순이다. 게이오대와 와세다대는 각각 12, 14위였다.

명문 대학이 수도 도쿄에 몰려 있지 않고,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역에 근거를 둔 우수한 국립대가 많아 수험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덜하고, 인재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그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는 경향이 높다. 지방에도 좋은 대학이 건재하다는 것은 일본 사회의 기반이 아직은 탄탄하고,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벚꽃이 많은 일본이지만, 한국에서처럼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탄식은 일본에선 나오지 않는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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