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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언론 장악 기술자” 이동관 “공영방송 투명성 확보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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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06면

방통위원장 후보 청문회 공방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18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과거 언론 장악 의혹과 자녀의 학교 폭력 의혹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송곳 검증을 별렀던 야당은 이 후보자를 향해 “언론 장악 기술자” “권력을 이용해 자녀 학폭을 무마했다”고 몰아붙였지만 이 후보자는 “그런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조롱과 신경질적인 반응도 오갔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 간사 간 합의 불발로 증인과 참고인 출석 없이 진행됐다. 이 때문인지 기존에 제기된 의혹들을 뛰어넘는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여당에선 “야당의 실력이 밑천을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 등 청문회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이름에 걸맞게 재원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며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수 요소로는 “노조로부터의 독립”을 꼽으며 “기대만큼의 공영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은 뿌리 깊은 노영방송 체질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소신이다”고 밝혔다. 이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노영방송? 대한민국에 노영방송이 있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아들인 A씨가 2011년 서울 하나고에 재학할 당시 일부 친구들에게 학교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최근 언론 인터뷰에 나선 하나고 교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A씨의 학폭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쓴 진술서를 공개한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진술서엔 A씨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게임을 하고,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고, 매점에서 자신의 것을 사라고 강제해 돈을 쓰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이 후보자는 “그렇게 머리를 박게 하면 살아 있을 수 있겠느냐. 사실이 아닌 거로 안다”고 반박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이 후보자가 과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발언한 것을 꼬집으며 “자녀 학폭만으로도 고위 공직자 자격 박탈”이라고 비판하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표는 ‘자식은 남’이라고 했다”고 맞받아치는 등 설전도 오갔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야당은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낼 당시 ‘언론 사찰’ 의혹에 휩싸인 데 대해서도 “언론 장악 기술자”라며 공세를 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보고를 받거나 요청했던 국정원 문건이 30여 건 발견됐고 그중 실행이 확인된 것만 9건”이라고 주장했다. 민형배 의원도 “이 후보자는 2008년 이병순 전 KBS 사장에게 전화해 아침 방송 진행자 교체를 요청했다”며 “국정감사 때 사실로 밝혀지면 방통위원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의 동아일보 후배 기자 출신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국정원 문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서는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한 적이 없다”며 “국정원 직원 파견은 수석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국정원 파견 직원을)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제가 만약 (언론 장악에) 관여했다면 엄혹한 적폐 청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해명했다. 이 전 사장에게 전화한 적도 없다고 했고, 당시 청와대에 파견됐던 국정원 직원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때는 진짜 몰랐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언론 장악 기술자’라고 비판한 야당에 대해서도 “그 말이 나올 때마다 굉장히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방송 장악이 제대로 됐다면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고의 좌초설과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둘러싼 일이 있었겠느냐”며 에둘러 반박했다.

다만 야당에서 “언론 장악”이라고 공격하는 당시 일부 언론 협조 요청 건에 대해서는 “스핀 닥터(spin doctor)의 역할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핀 닥터는 정부 수반이나 각료들 주변의 홍보 전문가를 일컫는 표현으로, 당시 직책에서 당연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적극적으로 이 후보자를 엄호했다.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윤두현 의원은 “청와대 동정이나 정책과 관련해 왜곡된 보도 또는 오해에 의한 보도가 있으면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뉴스에 대해선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지난 정부 당시 ‘공영방송 적폐청산’ 작업을 언급하며 야권에 역공을 펴기도 했다. 특히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선봉에 섰다. 장 의원은 “청문회 현장이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과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방송 장악 문건을 돌려보고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에 도둑이 제 발 저린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 본인이 직접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공영언론사에 설치된 이른바 ‘적폐청산위원회’에 대해 “이른바 ‘홍위병 운동’과 유사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며 “막후에 누가 있었는지, 누가 지휘하는 보이지 않는 손인지 알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며 점차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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