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포드·에코프로비엠 1.2조원 들여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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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기업 SK온이 소재업체 에코프로비엠,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손잡고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시 산업 단지에 들어서는 양극재 공장 조감도. 사진 에코프로비엠

18일 SK온과 에코프로비엠, 포드 3사는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연산 4만5000t 규모로 퀘벡주(州) 베캉쿠아시 산업단지 내 부지(27만8000㎡)에 설립한다. 2026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공장 운영은 에코프로비엠이 2월 설립한 현지 법인 ‘에코프로 캠 캐나다’가 맡고, SK온과 포드는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다. 3사는 지난해 7월 양극재 생산시설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이후 공장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협의해 왔다.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벡 주정부에서도 총 6억4400만 캐나다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캐나다 측은 3사의 투자가 자국 내 친환경 산업 육성과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17일 (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 산업단지 내 양극재 공장 건설 부지에서 SK온, 포드, 에코프로비엠 3사 대표 인사들과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에코프로비엠

3사는 이번 신규 공장 설립으로 북미에서 배터리 소재(양극재)와 배터리, 완성차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SK온에 양극재를 공급하고, SK온은 이를 이용해 NCM9(고성능 하이니켈 니켈ㆍ코발트ㆍ망간 배터리)을 만들어 포드에 공급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포드가 대형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등에 SK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런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을 받기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여서 이곳에서 생산된 양극재는 IRA 핵심 광물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다. SK온 관계자는 “현재 가동 중인 공장과 앞으로 설립될 공장 등을 통해 추후 SK온의 북미 배터리 생산 규모는 연간 180기가와트시(GWh)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170만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이날 “합작 공장을 통해 3사는 북미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게 됐다”며 “파트너십을 강화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는 “헝가리에 이어 캐나다 공장 건설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첨단 양극 소재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고, 베브 굿맨 포드 캐나다 최고경영자(CEO)는 “수직계열화된 배터리 공급망을 북미 지역에 만들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캐나다 측도 환영하고 있다. 프랑수아-필립 샴페인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장관은 “3사의 투자로 캐나다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리더들의 선택을 받는 친환경 전략 파트너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캐나다가 배터리 생태계 조성에 힘쓰는 가운데 퀘벡주가 전기차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