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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레이저 쏴서 산불 났다"…하와이 절망케한 음모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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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 섬 재난이 음모론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산불이 레이저 광선 무기로 발생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X(옛 트위터), 틱톡 등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사망자 등 여전히 피해의 전모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갖가지 영상을 짜깁기해 만든 이 같은 음모론 게시물이 사고 수습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산불이 이른바 직격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s, DEW)에 의해 발생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들이 X(옛 트위터)와 틱톡 등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사진=X 캡처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산불이 이른바 직격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s, DEW)에 의해 발생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들이 X(옛 트위터)와 틱톡 등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사진=X 캡처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잿더미가 된 땅을 사들여 리조트 등으로 개발해 큰돈을 벌려는 부유한 이들이 DEW(Directed Energy Weapons·직격 에너지 무기)를 활용해 공격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 등 터무니없는 주장이 조작된 영상과 함께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2019년 5월 '스페이스 X'의 팰컨 9 로켓 발사 당시 영상을 짜깁기해 이것이 마우이 섬을 향한 DEW 공격이라 주장하는 식이다. 올해 초 칠레에서 있었던 변압기 폭발 영상을 활용해 광선이 산불을 촉발했다는 온라인 게시물도 등장했다. AP는 전문가를 인용해 "DEW는 적외선이기 때문에 맨눈으로 볼 수 없다"며 조작된 영상에 현혹되지 않길 당부했다.

지난 2019년 5월 '스페이스 X'의 팰컨 9 로켓 발사 당시 모습. 사진=스페이스X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019년 5월 '스페이스 X'의 팰컨 9 로켓 발사 당시 모습. 사진=스페이스X 인스타그램 캡처

대형 재난 앞에서 이처럼 음모론과 허위 주장이 난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역 정치인까지 합세해 사태를 확산시킨 경우도 있다. 미 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 음모론 세력인 '큐어넌(Qanon)'의 신봉자인데,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이 유대인들로 구성된 비밀 집단의 레이저 공격으로 발생했다는 허황된 주장을 펼쳤다.

사망자 106명, 인재 정황 속속 등장

음모론과 별개로 이번 마우이 산불을 놓고 인재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허리케인 ‘도라’로 인해 강풍이 마우이 섬에 불어닥쳤을 때 송전선이 끊겨 스파크를 일으켰는데, 이후 전력을 차단하지 않은 전력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에 대한 실책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주민은 이미 전력회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건 상황이다.

산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송전선 아래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며 라하이나를 집어삼켰다는 주장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산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송전선 아래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며 라하이나를 집어삼켰다는 주장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시 목격자 인터뷰와 영상, 위성사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6시 37분께 라하이나의 한 끊어진 송전선이 건조한 풀밭에 떨어져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이 불꽃은 땅을 점차 검게 그을렸고 불길은 인근 마당으로 급속도로 번져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면서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를 9시간 만에 집어삼켰다.

산불 이후 대피 경보와 도로 통제 등 전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았다는 현지의 비판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산불이 난 라하이나와 외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이자 대피로에 사람이 몰리면서 '죽음의 덫'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역대급 산불로 15일 오후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106명에 달한다. 마우이 카운티 당국은 "현재 시신 탐지견들이 피해 지역의 32% 정도만 탐색했다"며 "(DNA 감식 등으로)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현재까지 5명뿐"이라고 전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사망자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현지 당국이 냉장용 컨테이너를 임시 시신 보관용으로 쓰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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