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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의에 결집하는 중·러…"우리가 세계평화 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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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러가 군사적인 결속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이 연합훈련을 정례화하는 등 군사협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에 대응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세계평화 수호자"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어 미국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은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1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중국 군대는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확고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각국 군대와 군사 안보의 전략적 상호 신뢰와 각 전문 분야의 실무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안보 협력 플랫폼을 공동으로 건설하고 글로벌 안보 수호에 새롭고 더 크게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1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발언중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1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발언중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AFP=연합뉴스

리 부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들어 중·러 군사 협력이 강화되며 미국 등 서구 사회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에서 해·공군 연합훈련을 했고, 이달 초에는 양국 함대가 미국 알래스카 인근 해역까지 진출하는 등 군사적으로 단단히 밀착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지난달 21일 동해상에서 양국의 군함과 항공기를 동원해 연합 해상훈련을 벌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이 지난달 21일 동해상에서 양국의 군함과 항공기를 동원해 연합 해상훈련을 벌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지난 6일 중국과 러시아 군함 11척은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 나타나자, 미 해군도 4척의 구축함과 대잠초계기 P-8 포세이돈을 급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해안에 접근했던 중국, 러시아 함대 중 최대 규모였다.

중·러 양국은 "일상적인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에선 한·미·일 군사협력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제정세와 무관한 해상 순찰이었다"면서 "양국 함대는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면서 공해 상에서 항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은 공개적이고 투명하다"며 "국제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고 세계와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댄 설리번 의원(알래스카·공화당)은 "중·러의 이번 훈련은 세계가 권위주의 세력의 침략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며 "미국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中, 미국과는 고위급 군사 대화 중단

전반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러시아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 입장에선 중국과 연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정찰풍선 사태 이후 미국이 제안한 미·중 고위급 군사대화도 리상푸 부장을 제재했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냉각된 분위기 속에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까지 맞물리며 미·중 간 대립이 한층 격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더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일본, 한국이 군사적 연계를 강화하면서 동북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에 '미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려는 미국의 시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하며, 이는 지역 평화와 안정에 거대한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진행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진행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

중·러는 한·미·일 연대에 맞서기 위해 북한도 전략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15일 회의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은 (러·북) 양국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주변국 등에 위협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쇼이구 장관은 또 최근 자신의 방북과 관련해 "군사협력 발전은 양국 국민의 핵심 이익에 부응하며 누구에게 어떤 위협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돕기 위한 북한의 무기 제공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향후 양국이 무기 거래를 더 활성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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