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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취임식 일반석에서 바라봤다…'꼿꼿교수'의 한 장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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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일반석에 앉아있는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사진 가운데 회색정장)의 모습. 오른쪽 고개를 숙인 여성은 윤 대통령의 동생 신원씨. 사진 윤기중 교수 지인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일반석에 앉아있는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사진 가운데 회색정장)의 모습. 오른쪽 고개를 숙인 여성은 윤 대통령의 동생 신원씨. 사진 윤기중 교수 지인

지난해 5월 10일, 4만여명이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단상 아래 회색 정장을 입은 한 노신사가 앉아있다. 지난 15일 별세한, 윤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통상 대통령의 가족은 VIP로 분류돼 취임식 단상에 앉는 것이 관례지만, 91세였던 윤 교수는 일반석을 택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일반석에 앉아있는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사진 가운데 회색정장)의 모습.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여성은 윤 대통령의 동생 신원씨. 사진 윤기중 교수 지인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일반석에 앉아있는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사진 가운데 회색정장)의 모습.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여성은 윤 대통령의 동생 신원씨. 사진 윤기중 교수 지인

당시 취임식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 A씨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교수님이 일반석으로 걸어오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며 “급히 인사를 드리러 간 모습을 함께 간 친구가 찍어줬다”고 본지에 사진을 건넸다. A씨는 “윤 교수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 간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주선 전 대통령 취임식준비위원장도 당시 상황에 대해 “윤 교수님을 단상에 모시려 했지만 ‘다른 귀한 분을 모시라’며 한사코 사양했다”며 “윤 대통령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해 일반석을 내드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들은 이같은 윤 교수에 대해 “항상 일관됐던 평소의 모습”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 시절 윤 대통령의 집을 자주 찾았다는 한 법조계 인사는 “집을 찾을 때면 작은 4인용 식탁에서 식사하던 윤 교수님이 떠오른다”며 “이번 장례식도 조문을 가보니 대통령의 부친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박했다”고 말했다.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연세대 명예교수실에서 사용했던 책상 서랍 속 돋보기. 사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연세대 명예교수실에서 사용했던 책상 서랍 속 돋보기. 사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사법고시 9수를 하던 시절에도 답답함을 내색하거나, 별다른 재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기본서에 충실하라며 원리를 파고드는 공부를 주문했다. 윤 교수는 올해 초까지도 연세대 명예교수실로 출근해 돋보기로 책을 읽으며 연구를 이어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어떤 사안이든 원리부터 파고드는 윤 대통령의 습관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윤 교수는 아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엔 수차례 공직자의 태도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한 기업인은 “윤 대통령이 검사가 된 이후부터 윤 교수님은 ‘절대 부정한 돈을 받으면 안 된다’ ‘밥을 얻어먹고 다니지 말라’는 말을 달고 사셨다”며 “윤 대통령이 총각 시절엔 빈 지갑을 슬쩍 보시고 돈을 넣어주신 적도 있었다”고 했다.

전날 저녁 빈소를 지켰던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엔 대통령실로 출근해 한·미·일 정상회의 관련 보고를 받는다. 오후에 다시 장례식장을 찾아 입관식에 참석한 뒤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지인들은 “윤 교수님과 윤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애틋했고 서로를 아낀 부자지간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상심이 클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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