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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의 편견 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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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로봇 영화는 많은데, 왜 예쁜 인형이 주인공인 할리우드 영화는 없을까. 발상의 전환이 대박을 터뜨렸다. 바비 인형의 첫 극장판 실사 영화 ‘바비’가 전 세계 11억8704만 달러(약 1조5882억원) 매출을 올렸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단독 연출로 10억 달러 흥행을 올린 첫 여성 연출가가 됐다.

‘바비’ 흥행에 자주 비교되는 게 액션영화 ‘트랜스포머’다. 동명의 변신 로봇 완구에서 출발한 이 블록버스터 시리즈는 2007년 1편을 시작으로 지금껏 총 7편이 50억 달러 넘는 수익을 거뒀다. 바비 인형은 1959년 출시 이후 10억개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 ‘바비’는 ‘트랜스포머’ 다음가는 장난감 영화 흥행을 기록했다. ‘바비’는 투자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최고 흥행작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2011)의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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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윅 감독은 ‘원더우먼’ (2017)이란 전례가 없었다면 ‘바비’가 여전히 보수적인 할리우드 자본을 움직이긴 쉽지 않았을 거라 말한다. ‘바비’는 워너브러더스가 여성 감독 영화로 히트한 두 번째 영화다. 첫 작품은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가 만든 여성 수퍼 히어로 영화 ‘원더우먼’. ‘원더우먼’은 개봉 직전까지 반(反)페미니즘 역풍이 거셌지만, 젠킨스 감독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여성영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 낙관했다.

영화판이 보다 성장하려면 남성 중심 작품에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실제 ‘바비’ 북미 관객 중 상당수가 팬데믹 이후 이 영화 때문에 처음 극장을 찾았다고 한다. ‘바비’의 성공이 더 큰 변화의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