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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끝났지만…진우영의 꿈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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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속 150㎞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정통파 투수 진우영. 미국에서 못 이룬 꿈을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루겠다는 각오다. 고봉준 기자

시속 150㎞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정통파 투수 진우영. 미국에서 못 이룬 꿈을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루겠다는 각오다. 고봉준 기자

“그동안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

이 한마디로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막을 내렸다. 푸른 꿈을 안고 향했던 미국. 최선을 다해 도전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이 한마디였다. 스무살 청년은 이를 더욱 앙다물었다. 5년 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났던 진우영(22·파주 챌린저스)이 주인공이다. 최근 파주시 교하읍의 한 야구장에서 그를 만났다.

진우영은 9월 14일 열리는 202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신청서를 일찌감치 낸 뒤 제2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진우영은 “드래프트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열심히 준비해서 꼭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말했다.

진우영

진우영

키 1m88㎝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진우영은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마이너리그에선 방출의 아픔을 겪었지만, 여전히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진다. 130㎞대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도 돋보인다. 프로 팀에서 선발투수로서 뛸 수 있는 체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더구나 정우영은 미국에 다녀온 뒤 병역의 의무도 마쳤다.

국내 야구팬들에게 진우영은 낯선 선수다. 고교 시절 불쑥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고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진우영은 “성동초를 거쳐 배명중 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았다. 그때 발견한 곳이 바로 글로벌선진학교였다”고 밝혔다. 6년제 대안학교인 글로벌선진학교는 미국 교과과정을 따른다. 국어와 한국사를 제외하고는 수업을 모두 영어로 했다. 마침 글로벌선진학교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야구부가 있었다. 현재는 야구부가 해체됐다.

글로벌선진학교는 전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강팀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조차 없었다. 진우영은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 미국에서 열리는 ‘파워 쇼케이스(전 세계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이벤트 대회)’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때 캔자스시티에서 처음 관심을 나타냈고, 이듬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학교에서 영어도 익혔기에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KBO 드림컵 독립야구대회 MVP를 수상한 진우영(오른쪽)과 허구연 총재. [사진 KBO]

KBO 드림컵 독립야구대회 MVP를 수상한 진우영(오른쪽)과 허구연 총재. [사진 KBO]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캔자스시티 루키리그 연고지)로 떠난 진우영은 첫해부터 좋은 성적을 거뒀다. 루키리그에서 14경기에 나서 6승 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2021년에 다시 경기에 나섰지만, 진우영에게 돌아온 건 방출 통보였다. 진우영은 “코로나19로 구단 사정이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선수단을 정리했는데 그 명단에 나도 포함됐다. 방출 통보를 받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털어놨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 20세 진우영은 곧장 한국으로 돌아와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했다. 낮에는 예비군 통지서를 돌렸고, 밤에는 운동을 했다. 그는 “정말 독기를 품고 뛰었다”고 했다.

지난 6월 소집 해제된 진우영은 지인의 소개로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에게 독립리그 경기 출전은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진우영은 “그동안 꾸준히 몸은 만들었지만,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파주 챌린저스에서 뛰면서 감각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KBO 드림컵에서 파주 챌린저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상까지 차지했다. 진우영을 지도하고 있는 김경언(41) 감독은 “진우영처럼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집과 야구장만 오가면서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고 있다. 기회만 주어졌다면 미국에서 성공했을 텐데 안타깝다. 한국에서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O는 28일 해외파 트라이아웃을 개최한다.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해외에서 돌아온 선수들을 평가하는 자리다. 진우영은 “한국에 돌아온 뒤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다. 꼭 프로야구 선수가 돼 은혜를 갚고 싶다”고 했다.

진우영은 …

◦ 생년월일 : 2001년 2월 5일
◦ 출신교 : 성동초-글로벌선진학교
◦ 신장·체중 : 1m88㎝·96㎏
◦ 프로 입단 : 2019년 캔자스시티 마이너리그
◦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 32경기 9승 5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61
◦ 직구 최고구속 :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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