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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휴가반납 오세훈, 고맙다는 尹...심상찮은 '잼버리 밀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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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3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 설명을 들은 뒤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12월 13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 설명을 들은 뒤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잼버리 행사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 서울시에 감사드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 수습에 발 벗고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같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15일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새만금 잼버리 폐영식 하루 전인 지난 11일 오후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건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가적 행사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정말 많이 도와줬다”며 “서울시가 진행한 문화 행사가 호응이 좋아 많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오전 주재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잼버리를 무난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해준 종교계·기업·대학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감사하다”고 했다. 오 시장도 이날 서울시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족과 약속한 휴가도 반납하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면서 잼버리 대응과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고 계신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대통령께서도 서울시 직원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잼버리 대원들에게 서울의 매력과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해주신 여러분께 특별 휴가와 적극적인 포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서울시에 훈훈한 말을 건넨 까닭은 윤 대통령의 도움 요청에 오 시장이 적극 화답했기 때문이다. 당초 오 시장은 지난 8~11일 충남 태안반도로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잼버리 사태가 악화하던 지난 6일 윤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직접 전화해 “서울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잼버리 행사 초창기 영·미 스카우트 학생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고 새만금 대회장에서 빠져나온 첫 날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던 오 시장은 즉각 휴가를 취소하고 잼버리 대응에 나섰다. 새만금 부지 대안으로 떠오르던 한강 공원에 긴급 야영이 가능하도록 관련 부서에 지시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휴가를 취소한 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 서울로 이동한 대원들이 머무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제2기숙사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휴가를 취소한 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 서울로 이동한 대원들이 머무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제2기숙사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청소년 참가자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실외가 아닌 실내로 숙소가 정해진 뒤에는 직접 현장을 찾았다. 지난 8일 스카우트 대원들이 묵을 종로구 성균관대 글로벌센터를 방문해 숙소 상태와 식사 준비 현장 점검을 한 것이다. 할랄(무슬림 음식)과 비건(식물성 식품) 등 국가와 문화적 특성에 따른 식사 메뉴도 챙겼다. 특히 지난 9일 저녁 광화문과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진행된 ‘웰컴 투 서울 댄스 나이트’ 행사장에는 오 시장이 사전에 홀로 직접 방문해 안전 사항까지 체크했다고 한다. 덕분에 2500여명의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참여한 댄스나이트 행사가 안전 사고 없이 진행됐고, EDM 디제잉 공연 등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도 적극 나서며 잼버리는 안정을 되찾아갔고, 서울시의 대응은 정부 비상대책회의에서 모범 사례로 꼽혔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대회 참가 대원들이 머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제2기숙사를 방문, 대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대회 참가 대원들이 머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제2기숙사를 방문, 대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부터 서울시 행사였던 것처럼 잼버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 오 시장의 지시였다"며 “국가적 행사에 지자체가 손발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은 시·도지사 간담회에 장관을 대동해 매번 참석할 만큼 지자체장과의 협력을 강조한다”며 “이번 잼버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요청에 오 시장이 휴가도 제쳐두고 적극 화답한 걸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수해 때 골프 논란으로 중앙정부와 여권에 부담을 줘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까지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과는 달리 오 시장이 정부에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최근 서울시와 정부의 정책이 엇갈릴 때도 정책을 수정해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당초 서울 지하철 요금 300원 인상을 주장해 오던 오 시장이 예상과 달리 올 하반기 150원 인상안을 발표하며 속도 조절을 한 게 대표적이다.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 수정이었던 까닭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특집 대담에선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적극 찬성하는 편”이라고도 했다.

오 시장 입장에선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향후 정치 행보의 핵심 관건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게다가 여권의 빅샷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비해 오 시장과 윤 대통령의 심리적 거리는 상대적으로 더 멀다는 게 그동안 정치권의 평가였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용산구 한남동의 서울시장 공관으로 이사하면서 윤 대통령과 이웃사촌이 됐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오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권 주류가 오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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