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최악 사면" 반발하는 민주당, 뒤에선 "호재"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정치재판 바로 잡아주신 국민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 연합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정치재판 바로 잡아주신 국민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 연합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재가한 ‘8·15 광복절 특별 사면’ 명단에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포함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법 파괴”라고 반발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전 구청장은 원심 확정 3개월만에 사면 복권시켜줬다”며 “이렇게 사법부를 무시했던 대통령은 없다. ‘자신이 곧 법’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구청장이 이날 오후 “강서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입장문을 내자, 반발은 더 거세졌다. 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국회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어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하겠다니 후안무치 끝판왕”(정춘생)이라거나 “국민의힘은 무공천으로 책임을 다하라”(경만선·김용연·박상구·이창섭·장상기·한명희)고 주장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정치적 ‘사면거래’까지 의심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역대 최악의 사면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김 전 구청장 사면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당 관계자)라는 반응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쳐 온 ‘공정 프레임’이 시험대에 올랐다”(중진 의원)는 이유에서다.

①尹의 ‘공정·상식’, 내로남불 시험대 올랐나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최종 재가했다. 사진은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광복절 특별사면안을 최종 재가했다. 사진은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대법원 유죄(벌금 300만원 선고유예) 확정판결 2개월 만에 사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기가 한참 남은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은 “사법부 존중 차원에서 대통령이 사면할 때 ‘형기의 3분의 2가 지나지 않은 사람은 제외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는데, 이를 윤석열 정부가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히 김 전 구청장의 기소 내용 가운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폭로나 ‘감찰 무마’ 폭로가 빠져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여권에선 김 전 구청장을 ‘공익신고자’라고 하는데, 공익신고로 거론됐던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판결문을 읽지도 않고 ‘우리편 감싸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실제 김 전 구청장은 재판에서 자신의 폭로가 “정당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1년 4개월 동안 특별감찰반 활동을 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자신에 대한) 감찰 절차가 진행되자 각종 폭로를 시작했다”고 했고, 2심 재판부도 “감찰 절차가 진행되자 범행을 저질러 범행 동기도 좋지 않다”고 했다.

②10·11 보궐선거…김태우 재출마는 野 호재?

민주당 입장에선 김 전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나타내면서 오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변수가 오히려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로 예정됐던 후보 검증위원회의를 18일로 늦추면서까지 상황을 주시해 왔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14일 입장문에서 " 만약 당과 국민이 허락해 주신다면, 제게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며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지방선거 첫날 서울 강서구 발산역 1번 출구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14일 입장문에서 " 만약 당과 국민이 허락해 주신다면, 제게 남은 시간을 다시 강서구에서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다"며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지방선거 첫날 서울 강서구 발산역 1번 출구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그간 민주당에서 가장 우려했던 건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고 이른바 ‘제3지대’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맞붙는 상황이었다. 서울 강서갑 국회의원을 지낸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자칫 새로운당과 일대일로 맞붙고, 국민의힘 조직이 뒤에서 움직이면 질 수도 있었다”며 “김 전 구청장 사면·복권된 것 자체가 우리로선 호재(好材)”라고 말했다. 이날 새로운당도 “김 전 구청장 사면은 국민을 우롱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능멸하겠다는 선전 포고”라는 비판 논평을 냈다.

③野, 사법리스크 속 보수정권·사법부 갈등 기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재판이 무더기로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민주당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와 사법부의 갈등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통화에서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한 것도 황당하지만, 정진석 의원 유죄 판결에 재판부를 낙인찍는 행태도 매우 심각하다”며 “유일하게 검찰을 견제할 기구는 법원인 만큼,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정진석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13일 입장문을 내고 “판사의 정치 성향을 거론하며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교체 시기가 다가오자 여권이 사법부 장악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반감이 쌓이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