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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역전의 명수…군산상일고, 4시간반 접전 끝 우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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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로 인천고를 꺾고 우승을 확정 지은 직후 환호하며 달려나가는 군산상일고 선수들. 김종호 기자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로 인천고를 꺾고 우승을 확정 지은 직후 환호하며 달려나가는 군산상일고 선수들. 김종호 기자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결승전이 열린 14일 서울 목동구장. 본부석 주차장으로 ‘전북’ 번호판을 단 대형 관광버스 7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37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군산상일고 야구부를 응원하기 위해 왕복 6시간 길을 달려온 대규모 응원단이었다.

수백 명의 군산상일고 동문과 1·2학년 재학생들은 최고 기온 섭씨 34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의 함성을 쏟아냈다. 뜨거운 열정에 선수들은 승리로 화답했다. 4시간30분이 넘는 접전 끝에 주특기인 ‘역전승’으로 드라마 같은 9회 말 끝내기 우승을 완성했다.

인천고와의 결승전에서 1회말 3루 진루에 성공하는 군산상일고 박찬우(왼쪽). 김종호 기자

인천고와의 결승전에서 1회말 3루 진루에 성공하는 군산상일고 박찬우(왼쪽). 김종호 기자

군산상일고는 이날 인천고와 21점을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11-10로 승리해 통산 네 번째 대통령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군산상일고의 대통령배 우승은 1986년 이후 37년 만이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시소게임 끝에 일궈낸 승리였다.

군산상일고는 3-4로 뒤진 5회 말 2점을 뽑아 첫 역전에 성공했다. 5-5 동점을 허용한 6회 말엔 다시 한꺼번에 4점을 보태 10-6로 앞섰다. 8회 초 인천고에 4점을 빼앗겨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9회 말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임주환과 최시원의 연속 안타와 상대 실책 등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박찬우가 왼쪽 담장 바로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적시타를 날렸다. 더그아웃에 있던 군산상일고 선수 전원이 용수철처럼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 응원단이 목놓아 부르는 교가가 울려 퍼졌다.

정민성

정민성

군산상일고는 야구 팬들에게 ‘군산상고’라는 옛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수많은 역전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야구 명문으로 이름을 날렸다. 김성한·조계현·김봉연·김준환·김일권·정명원·조규제·이진영·차우찬 등 내로라하는 프로야구 스타 플레이어를 줄줄이 배출했다.

올해 인문계로 전환하며 ‘군산상일고’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야구부의 투지와 뒷심은 여전했다. 네 번째 전국대회인 대통령배에서 광주일고·율곡고·휘문고를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강호 경기고를 연장 10회 역전 끝내기 승리로 꺾었고, 결승에서도 ‘구도의 자존심’ 인천고를 또 한 번의 끝내기 승리로 제압했다. 새 이름으로 첫 전국대회 정상을 밟았다.

2011년부터 모교 군산상일고 지휘봉을 잡은 석수철(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은 “유망주들이 타 지역으로 많이 떠났다. 선수들과 함께 ‘훈련만이 살 길’이라 믿고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며 눈물을 훔쳤다.

직접 목동을 찾아 군산상일고를 응원한 강임준 군산시장은 “얼마 전 우리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와 재난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다”면서 “선수들이 대통령배에서 우승하면서 ‘역전의 명수’다운 정신력을 보여줬다. 지쳐 있는 시민들에게 기쁜 소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군산상일고 에이스 정민성은 투구 수 제한으로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고도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준결승까지 맹활약하면서 팀을 결승으로 이끈 공을 인정 받았다. “우승이 확정되자 감격해 하마터면 울 뻔했다”고 언급한 그는 “소고기를 먹고 싶다. 우승했으니까 부모님께 사 달라고 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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