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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민간목장서 키우던 사자…탈출한지 1시간 만에 사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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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4일 경북 고령군 한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산으로 탈출한 모습. [사진 경북소방본부]

14일 경북 고령군 한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산으로 탈출한 모습. [사진 경북소방본부]

경북 고령군 한 민간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했다 1시간여 만에 사살됐다. 14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4분쯤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 1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 경북 고령군과 이웃 지자체인 성주군은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주민에게 사자 탈출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며 “사자를 발견하면 119로 신고해 달라”고 했다.

사자가 오전 8시13분쯤 경남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 당국은 한때 북두산 입산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수색 작업에 인력 159명, 장비 34대를 투입했다.

탈출한 암사자는 오전 8시36분쯤 사살됐다. 고령경찰서 관계자는 “‘20년 정도 된 암사자가 우리에서 탈출해서 달아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한 결과 목장 인근 10여m 지점 숲속에서 암사자를 찾아 엽사와 협의해 사살하고 고령군에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사자가 마취총을 맞더라도 곧장 의식을 잃는 것이 아니다. 마취총을 견뎌내고 산속으로 숨거나 민가로 향하게 되면 더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살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군에 따르면 사자를 키운 농장은 대구지방환경청 허가를 받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사육하는 사자로 파악됐다. 해당 사자 우리는 지난해 9월 마지막 시설 점검을 받았다고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는 밝혔다.

하지만 사자 탈출 소식이 알려진 직후 고령군은 사자 사육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령군 관계자는 “과거 사자를 키우던 동물원이 고령군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민간 목장에서 사자를 키우고 있었던 사실은 몰랐다”고 했지만, 추후 “해당 목장은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고 더불어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국제멸종위기종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사자를 사육중이었다”고 바로 잡았다.

사건 초기 지역 민간 목장에서 사자가 사육 중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던 고령군과 달리, 캠핑장 방문객 사이에서는 이곳에 사자가 사육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별도사업장인 이 캠핑장은 목장에서 직선거리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한편 목장 주인 A씨는 “전 주인이 20년 전 이곳을 경영하며 새끼 때부터 길러와 평소에 애교도 부리고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온순했다”며 “인수 당시 맹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서 환경청에 문의했는데 인수하거나 처리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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