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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두고 뜨거워지는 ARM…삼성·애플도 지분 투자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ARM의 지분 인수를 위해 자신들이 조성한 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ARM의 지분 인수를 위해 자신들이 조성한 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이 연일 시장의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자로 나설 거란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번에는 ARM 지분 75%를 보유한 소프트뱅크가 나머지 25% 지분까지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ARM의 지분 인수를 위해 자신들이 조성한 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ARM의 지분 25%는 소포트뱅크가 정보기술(IT) 업계 투자를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1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소프트뱅크가 ARM의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만약 비전펀드1이 ARM 기업공개(IPO) 이후에 지분을 매각하려면, 지분 규모를 고려했을 때 최소 1~2년이 걸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ARM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IPO에 앞서 이런 위험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복안이다.

비전펀드1 입장에서도 ARM 지분 매각의 이점이 있다. 그동안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등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봤는데, 이번 매각으로 투자자들에게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고 새로운 투자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전펀드1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와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 펀드를 투자자로 두고 있다. 손 회장은 투자은행 레인그룹을 고용해 협상 자문을 맡긴 후 비전펀드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관련 심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ARM은 공장에서 칩을 생산하는 여느 반도체 기업과는 전혀 다른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기본 설계도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라이선스(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글로벌 반도체 IP 시장에서 41.1%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바일 IP 분야에서는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퀄컴·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모두 ARM의 고객이다.

이 같은 사업구조 덕분에 인공지능(AI) 열풍 등 반도체 업계에 붐이 일어날수록 ARM은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다. ARM의 2022회계연도 3분기(10월~12월) 매출은 7억4600만 달러(약 9400억원)로 전년 대비 28% 늘어났다. 이 중 수수료로 얻는 수익은 4억4600만 달러다. ARM 자산을 기반으로 한 칩 출하량은 80억 개로 역대 분기 실적 중 최고를 기록했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차세대 소비자용 기기에 전력 효율이 높은 컴퓨팅 기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ARM 기술 수요를 촉진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ARM의 한 해 매출은 27억 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다.

내달 상장을 앞둔 ARM은 그야말로 올해 IPO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부분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이들이 ARM에 투자할 지도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는 포인트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미국 애플과 한국 삼성전자 등 여러 기업이 ARM에 투자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ARM의 지분 25%는 소포트뱅크가 정보기술(IT) 업계 투자를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1이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RM의 지분 25%는 소포트뱅크가 정보기술(IT) 업계 투자를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1이 보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ARM의 기업 가치는 600억 달러(약 79조원)에 이른다. 2016년 손 회장이 인수했을 당시 가격(320억 달러)의 2배이며, 2020년 엔비디아 인수 시도 때 가격(400억 달러)보다도 높다. 미래 가치를 고려한다 해도 매출(27억 달러) 대비 시가 총액이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수수료 할인 등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비싼 지분을 매입하는 것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게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1 보유한 지분을 모두 매입하게 되면 IPO 때 ARM 지분 매각 규모를 줄여서 지분의 85∼90%를 계속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어 “현재 양측이 거래를 진행 중인 만큼 ARM의 정확한 평가액을 알 수 없다”며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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