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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중독 시키면 알아서 산다"…경찰서 단골 된 고1 마약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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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타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씨가 2023년 8월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받고 나오는 중이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타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씨가 2023년 8월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받고 나오는 중이다. 뉴스1

경기 용인시의 고등학교 1학년생 A·B(15)군은 교내에서 ‘경찰서 단골 손님’으로 불린다. 이들은 올해 3월 평소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형인 성인 C(21)씨를 따라 서울에 갔다. C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한 합성대마 500만원어치(30㎖)를 수거하러 가는 길에 동행한 것이다. 합성대마는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이다.

 합성대마를 손에 넣은 A·B군은 직접 흡입했고, C씨 등 2명의 지시 아래 되팔아 돈벌이까지 하려 했다. 마약류 소매상으로 나선 것이다. 고객으로 삼은 주요 타깃은 A·B군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었다. 두 고교생은 일단 한 번 중독시키면 그다음부터는 판촉 활동을 하지 않아도 구매를 이어가는 게 마약류 소비자의 특성이라는 점을 노렸다. 선·후배 학생 9명에게 합성대마를 일단 무료로 나눠줬는데, 그 9명 중에는 중학교 1학년 D(12)군도 있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6월 5일 이들을 포함해 총 22명을 검거하고 그 중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범정부적으로 전개 중인 ‘마약과의 전쟁’에선 10대 청소년들 사이의 마약류 유통·투약의 심각성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14일 경찰청은 지난 1월~7월 마약사범 검거인원이 1만 1629명으로, 지난해 전체 검거 인원(1만 2387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7월 ‘상반기 마약류 범죄(소지·투약·판매·밀수·제조 등)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검거인원이 크게 는 결과다. 특히 10대 이하 청소년 사범의 증가는 지난해와의 뚜렷한 차이점이다. 같은 기간 경찰이 검거한 10대 이하 마약사범은 602명으로 전년 전체(294명)보다도 두 배가 넘었다.

경찰청은 “10대의 경우 펜터민(단기 비만치료제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함유하는 다이어트 약 등을 불법 처방받고 재판매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도 “최근에는 마약 유통에 가담하는 사례까지 적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소년을 상대로 한 예방, 홍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마약류 사범을 범행 장소별로 보면 클럽·유흥업소에서의 적발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관련 검거 인원은 453명으로 전년 전체기간(454명)과 비슷하다. 경찰청은 “클럽 등에서의 마약류 사범은 증가세인데 범죄장소를 제공한 업주에 대한 행정 처분 규정이 없는 게 문제”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30일 마약류 범죄장소 제공 영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온라인을 이용해 마약류 판매·구매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7월 검거된 온라인 마약거래 사범 수는 2451명으로 전년 전체(3092명)의 79%가량에 달한다.

또한 경찰청은 “최근 내국인 출입이 제한되는 외국인 클럽·노래주점 등에서 은밀하게 마약류를 유통 투약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도 밝혔다. 같은 기간 검거된 외국인 마역사범은 1352명으로, 이미 전년 전체(1757명)의 77% 수준이다. 집중 단속으로 마약류 압수량도 크게 늘었다. 집중 단속 기간 중 압수량은 전년 동기 대비 필로폰(52.3㎏)이 5.4배, 대마(1만 2304주)는 10배, 케타민(8.5㎏)은 4배, 엑스터시(6㎏)는 3.3배 정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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