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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인·일 다 뛰어들었다…'하늘에 떠 있는 광산' 달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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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1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무인 우주선 오리온이 달 궤도에서 찍어 온 달의 모습. UPI=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무인 우주선 오리온이 달 궤도에서 찍어 온 달의 모습. UPI=연합뉴스

달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냉전 이후 반세기 만에 패권 경쟁의 무대로 떠올랐다. 미국과 소련의 2파전 양상은 다자구도로 진화했다.

인도가 지난달, 러시아가 지난 11일 달로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일본도 오는 26일 로켓을 발사해 달 착륙을 시도한다. ‘G2’ 미국과 중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려 한다. 먼 우주로 나갈 전초기지이자, 미래 자원의 보고(寶庫)라는 달의 잠재력에 주목한 결과다.

달 착륙 도전하는 러·인·일  

지난 11일 러시아의 달 탐사 우주선 '루나 25호'를 실은 소유즈 2.1b 로켓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지난 11일 러시아의 달 탐사 우주선 '루나 25호'를 실은 소유즈 2.1b 로켓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최근 달을 향한 비행을 주도하는 건 신흥 우주 강국이다. 지난 11일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은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에서 달 탐사선 ‘루나 25호’를 실은 소유즈 2.1b 로켓을 발사했다.

러시아는 인류 최초 달 탐사선 루나 1호(1959), 첫 달 착륙 탐사선 루나 9호(1966) 등을 만든 원조 강국이지만 옛 소련 시절 이야기다. 루나 25호는 1976년 루나 24호 이후 47년만에 러시아가 달에 보내는 탐사선이다.

지난 5일 달 궤도에 진입한 인도 국립우주연구기구(ISRO)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이날 ISRO에 달 표면을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달 궤도에 진입한 인도 국립우주연구기구(ISRO)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이날 ISRO에 달 표면을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루나 25호는 한 달 앞서 달로 쏘아올려진 인도산 ‘월차(月車)’와 ‘세계 최초 달 남극 착륙’ 타이틀을 놓고 경쟁 중이다. 지난달 14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발사한 ‘찬드라얀 3호’는 지난 5일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달의 차량(찬드라얀)’이라는 뜻을 가진 이 탐사선은 23일 달 남극 착륙을 노린다. 인도로선 2019년에 이은 두 번째 달 착륙 시도다.

러시아는 루나 25호를 발사 5일 안에 달 궤도로 바로 진입시켜 지구 주변을 공전해 한 달 만에 달 궤도에 진입한 찬드라얀 3호보다 앞서 달 남극에 착륙하려 한다.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 사무총장은 “루나 25호가 21일에 착륙해 (달 남극 착륙) 첫번째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지난 6월 공개한 달 탐사선 '슬림'(SLIM)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지난 6월 공개한 달 탐사선 '슬림'(SLIM)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일본도 사상 첫 달 착륙을 준비 중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오는 26일 달 탐사선 슬림(SLIM)을 H2A 로켓 47호에 실어 달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달 탐사선 ‘오모테나시’ 발사에 실패한 JAXA는 슬림을 발사 시점으로부터 4~6개월이 지난 뒤 달의 적도 부근에 착륙시킬 생각이다.

미·중은 ‘사람 보내기’ 경쟁

지난 2020년 12월 중국 국가항천국(CNSA)이 공개한 달 표면에 설치된 중국 국기의 모습.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세웠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0년 12월 중국 국가항천국(CNSA)이 공개한 달 표면에 설치된 중국 국기의 모습.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세웠다. AFP=연합뉴스

달 탐사 경쟁에 가장 앞선 미국과 중국은 사람을 달에 내려 놓는 일에 도전 중이다. 지난달 12일 중국 유인우주공정판공실은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하면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유인 달 탐사에 나선 국가가 된다.

2007년 창어(嫦娥) 1호를 시작으로 달 탐사에 나선 중국은 2013년 창어 3호로 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엔 창어 5호로 세계 최초로 달 뒤편에 착륙해 탐사를 벌였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지난 2020년 12월 달에 착륙해 탐사를 벌이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 국가항천국(CNSA)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지난 2020년 12월 달에 착륙해 탐사를 벌이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유인 달 착륙 이후 달에 원자력발전으로 구동하는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이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루나 25호 발사를 미리 축하한다. 하지만 진정한 우주 경쟁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다”고 말한 이유다.

지난 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우주비행사 4명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내년 11월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해 10일간 달 궤도를 유인비행하고, 2025년에 아르테미스 3호로 달에 착륙해 탐사를 할 얘정이다. EPA=연합뉴스

지난 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우주비행사 4명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내년 11월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해 10일간 달 궤도를 유인비행하고, 2025년에 아르테미스 3호로 달에 착륙해 탐사를 할 얘정이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달탐사 굴기’에 자극받은 미국도 1972년 이후 50여년 만에 유인 달 탐사에 도전하고 있다. NASA는 지난해 11월 아르테미스 1호가 무인 우주선 오리온을 보내 달 궤도에 안착 시키고 돌아오는 연습을 했다.

내년엔 아르테미스 2호에 우주인 4명을 탑승시켜 10일간 달 궤도를 유인 비행하도록 한 뒤,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로 53년 만에 인간이 달에 내리는 것을 재연할 계획이다. 2030년엔 달 남극에 유인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미국은 이런 계획을 영국·캐나다·호주·일본·한국 등 27개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제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 중이다. 참가국들의 지원을 통해 막대한 달 탐사 비용을 줄이고, 달의 ‘평화적 탐사와 개발’이란 명분도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민간 기업도 달 탐사에 참여 중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지난 4월 일본 민간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이 발사됐다. 미국의 애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머신스도 연내에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자원의 보고 '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지구와 달의 표면 모습. 사진 셔터스톡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지구와 달의 표면 모습. 사진 셔터스톡

세계 각국이 달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달은 하늘에 떠 있는 광산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많은 자원이 매장돼 있다.

특히 미래 자원이 많다. 달에는 헬륨 동위원소(헬륨-3)가 100만t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헬륨3는 현재 원자력 발전의 동력인 핵분열보다 약 4.5배 많은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의 원료다.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TV 등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인 ‘4차 산업혁명의 쌀’ 희토류도 풍부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우주 탐사를 위한 거점으로서 가치도 크다. 달을 넘어 화성을 비롯한 심(深)우주로 진출하기 위해선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난 2008년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통해 달의 남극과 북극에 다량의 물과 얼음층이 존재할 것이란 가능성도 드러났다. 사실이라면 식수 채취와 함께 물을 전기 분해해 우주선 연료(수소)와 동·식물 호흡에 필요한 산소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의 거주는 물론이고 향후 우주 유인 탐사를 위한 기지를 건설도 노려볼 수 있다.

달에서도 신냉전

지난달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이 공개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이 공개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AP=연합뉴스

달은 지상 못지 않은 미·중 신냉전 무대다. 지난 2019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희토류 무기화’를 내세우자 짐 브리덴스타인 당시 NASA 국장은 “금세기 안에 달 표면에서 희토류 채굴이 가능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리곤 달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키겠다는 목표를 2028년에서 2025년으로 3년 앞당겼다.

나아가 미국은 달을 공전하는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 미국은 루나 게이트웨이를 다양한 우주선이 달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기로 했는데, 이를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한 미국의 우방국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 과정에서 쓰는 ‘민주주의 국가 대 독재국가’ 연합 전략을 반영한다”며 “미국의 조치에 놀란 중국은 달 탐사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러시아와 협력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2027년까지 달 궤도와 달 표면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국제달연구정거장(ILRS)’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루나 게이트웨이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다.

러시아도 지난달 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BRICs·브릭스)에 러시아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독자 우주정거장 ‘ROS’ 건설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과 협력해 진행해온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달로 향한다

한국의 첫 달궤도선인 다누리호가 지난해 8월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의 첫 달궤도선인 다누리호가 지난해 8월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도 달로 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032년까지 무인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켜 자원 채굴을 시작하겠다는 ‘미래 우주경제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탐사선 ‘다누리’를 달 궤도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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