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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영장' 벼르는 檢…9월 국회 청구? 이화영 입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번째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조사 전이지만 검찰에선 이미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미 영장 청구서에 쓸 증거인멸 정황이 켜켜이 쌓여 있다” 등의 말을 검찰관계자에게서 듣기 어렵지 않다.이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의 조사 대상인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혐의와 수원지검이 조만간 진행할 제3자 뇌물 혐의(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묶어 2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속영장의 청구 시기의 문제는 변수가 많은 고차 함수다.

 두번째 영장청구는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에 착수 이후 ‘이재명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해 온 검찰의 사실상 마지막 승부다. 영장이 발부되면 그간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해 온 야권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지만, 기각되면 2년 동안의 검찰권 행사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되면서 잔여 수사의 동력이 소실됨은 물론 기소한 이후 재판에서도 애를 먹게 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접수되면 명운을 건 정치적 도박을 해야하는 처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오는 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앞두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오는 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앞두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이달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중단시켜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바로 이 대표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과 여권이 ‘방탄 국회’를 비판할 여지를 자를 수 있지만 이 대표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위험이 전제된 도박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증거인멸 정황이 많지만 그럼에도 법원이 야당 대표여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데 무게를 둘 수 있다”(중간 간부급 검사)는 우려가 적잖게 나온다.

 기각 우려를 피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9월 정기국회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접수하는 것도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정기회는 9월 1일부터 100일간으로 정해져 있어 이 때는 표결에 의한 회기 중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접수된 체포동의안은 반드시 표결에 부쳐야 해 민주당은 크던 작던 자중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추석밥상에도 민주당 내부 갈등이 오르기 쉽다. 검찰입장에선 “수사가 아닌 정치”(민주당 재선 의원)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10월 국정감사 파행의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는 부담도 큰 선택이다.

이화영 진술조서 증거동의 여부가 최대 변수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계산 사이에서 최근 최대 변수로 부상한 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입이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의 방북 비용 제공 사실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구두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 됐지만 이 진술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수원지법에서 벌어지고 있다. 검찰 입장에선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을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로 묶는 데 필요한 마지막 고리에 해당하는 진술이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부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의 수사성패를 좌우하게됐다. 사진 경기도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부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의 수사성패를 좌우하게됐다. 사진 경기도

검찰은 지난달 25일과 지난 8일 두 차례 공판에서 이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대한 이 전 부지사의 동의를 받으려 시도했지만 이 전 부지사와 그 부인이 변호사 선임을 둘러싼 이견을 보이는 등 촌극이 펼쳐지면서 재판이 파행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다는 의심이 든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이 대표의 서울중앙지검 소환이 이틀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수원지검에선 “일정 조율도 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키맨’인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증거능력를 확보한 이후에 이 대표를 불러야 유효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검찰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구속기간이 10월 중순에 만료된다는 점을 노리고 이 대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일부 변호인들이 재판을 거듭 파행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소환 시기를 계속 미룰 수도 없어 검찰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이 대표의 재판 일정이 빡빡하다는 점도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 대표는 이달 18일과 25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재판 준비기일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각각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방어권 보장 등을 명분으로 소환 일정을 늦추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소환시기와 영장청구 시점도 어찌 보면 이 대표 본인에게 달린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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