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00억 ‘무빙’…디즈니+ 구원투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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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능력을 감춘 고3 김봉석, 치유 능력을 갖춘 장희수(고윤정·사진 아래)가 이끄는 청춘의 성장담으로 시리즈 포문을 연 디즈니+ ‘무빙’.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지금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날고 싶단 말이야, 엄마!”

하늘을 나는 초능력을 꼭꼭 숨겨온 고교 3학년 김봉석(이정하)의 대사처럼, 디즈니+가 새 시리즈 ‘무빙’을 앞세워 날아오를 수 있을까. 강풀 원작 동명의 웹툰(2015년)을 드라마화 한 ‘무빙’이 지난 9일 첫 7부를 공개했다. 20부 총 제작비 500억원 규모 대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년)의 경우 9부 총 2140만 달러(약 285억원)가 들었다.

비행 능력을 감춘 고3 김봉석(위 사진), 치유 능력을 갖춘 장희수(고윤정)가 이끄는 청춘의 성장담으로 시리즈 포문을 연 디즈니+ ‘무빙’.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무빙’은 초능력을 물려받은 아이들과 이들에게 평범한 삶을 선물하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아픈 과거가 교차하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넷플릭스 ‘킹덤 2’에 이어 디즈니+ ‘무빙’을 연출한 박인제 감독은 지난 3일 제작발표회에서 “사랑과 가족애가 있는 액션”이라고 설명했다.

발목엔 모래주머니, 책가방엔 아령을 넣어 몸이 뜨지 않게 해야 하는 봉석(이정하), 상처를 입어도 곧 치유되는 능력을 갖춘 희수(고윤정), 괴력을 감춘 모범생 반장 강훈(김도훈)의 청춘 스토리가 ‘알고 보니 초능력자들이 모인’ 정원고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들의 부모는 특별한 능력을 감춘 채 각각 돈가스집·치킨집·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숨은 고수들. 비범한 능력이 낙인이 되고, 국가와 이념에 함부로 동원·이용되는 세상에서 자녀들을 감추고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엑스맨’ 시리즈의 자비에 영재학교나, 세계를 지키는 데 나서는 ‘어벤저스’ 같은 할리우드 히어로물과 차별점이다.

강풀

전반부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봉석. 이성에게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이 떠오르는 몸으로 시각화하며 하이틴 로맨스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초능력 그게 뭔데,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 아프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야”(미현), 또 “넌 이상하지 않아. 조금 다르고 특별할 뿐이야”(희수)라는 말을 통해 날 수 있는데 날지 못하는 봉석의 성장통을 그리는 한편 공감과 연민,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살렸다.

박인제

‘무빙’은 13년 전 누적 조회 수 2만 뷰를 기록하고 완결된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했다. 은퇴한 초능력자들을 뒤쫓는 의문의 요원 프랭크(류승범), 전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춘 버스 기사 전계도(차태현) 등 원작에 없던 인물들로 긴장을 더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제작발표회에서 강풀 작가는 “각 개인을 깊게 다 보여줄 수 있도록 12부작으로 제안 들어온 것을 20부작이라면 맡는 조건으로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무빙’은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지만, 디즈니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9일 디즈니는 2분기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 손실 규모가 5억1200만 달러(약 674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약 11억 달러에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TV 부문 사업도, 케이블 TV 부문 매출도 하락세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디즈니는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제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의 경우 오는 10월부터 광고 없는 요금제의 가격이 월 13.99달러(약 1만8400원)로 27% 오른다. 내년에는 계정 암호 공유를 막기 위한 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