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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2019년 절반만 와도 한국GDP 0.2%P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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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정부가 약 6년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 빗장을 풀면서 국내 경제에 훈풍이 불 거란 기대가 나온다. ‘유커(游客·중국 관광객)’의 입국이 본격화하면 국내총생산(GDP)·여행수지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서다. 반면에 악화한 한·중 관계와 부진한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유커의 귀환’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10일 한국과 일본·미국 등 78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행 단체여행 자유화는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빌미로 중국이 제재에 나선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이에 급격히 꺾였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의 반등이 기대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6년 807만 명, 2019년 602만 명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2020년엔 69만 명, 지난해는 23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엔 55만 명으로 다소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100만 명 증가 시 국내 GDP 성장률은 0.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단체여행 확대로 중국 관광객 규모가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인 300만 명가량으로 늘어날 경우 GDP는 0.2%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1.4%)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증권가는 소비 활성화 등에 따라 여행·면세·화장품 업종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자 폭이 커진 여행수지에도 도움이 된다. 한은이 8일 발표한 올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58억30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다. 지난해 전체 적자(79억3000만 달러)의 73.5%에 달한다. 엔저 현상 장기화 속에 일본 등으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이 많이 늘어난 반면, 중국 관광객 회복 등은 더딘 편이라서다.

중국은 한국이 여행수지 ‘플러스(+)’를 지키는 몇 안 되는 지역인 만큼 단체여행객 입국 시 흑자 규모가 늘어나고, 전체 적자 폭까지 줄여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도 한국의 중국 여행수지는 3억4000만 달러(약 45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단체여행 허용 조치는 개별 여행보다 평균 소비 규모가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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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항공편 제약, 한·중 관계 악화 등으로 관광객이 단기간에 급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는 중국 경기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가 팍팍해진 중국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처럼 활발하게 지갑을 열지도 미지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오면 면세점·관광시설, 제주 등 지역경제엔 도움이 되겠지만, GDP 성장이나 경상수지 개선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거라고 본다”며 “일본·동남아 등으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이 여전히 많은 데다 여행수지 자체가 경상수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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