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컷칼럼

10년 후 대한민국, 원자력 추진 선박 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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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지구가 끓어오른다. 국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는 2018년을 뛰어넘을 조짐이다.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 지구온난화는 예정된 미래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뱉어내고 있는 탄소는 지구 평균기온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겨우 1.1도 오른 결과이지만, 이미 쌓인 탄소만으로도 2030년까지 평균기온이 1.5도까지 상승한다. 전 세계가 뒤늦게 ‘2050 탄소중립’을 내걸고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석유·석탄 등 화석에너지 발전을 줄이고,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늘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형 소형원자로 개발 성큼
일반 발전용·선박용 동시 추진
경주에 연구단지 2025년 완공
민간과 손잡고 탄소중립 대비

화석·재생에너지 한계 넘어라 

경북 경주시 감포 해변에 들어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공사현장. 6층 규모의 ‘교육협력시설’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북 경주시 감포 해변에 들어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공사현장. 6층 규모의 ‘교육협력시설’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2025년 말 경북 경주 감포에 문을 열 한국원자력연구원 산하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한국의 탄소중립 전략을 뒷받침할 연구소다.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원전으로 급부상한 소형모듈원전(SMR)과 해양원전 개발이 주목적이다.
문재인 정부 5년차인 2021년 7월 착공식을 했고,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앞서 4월에 출범한 ‘혁신형 SMR 국회포럼’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원욱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여당과 야당이 이례적으로 힘을 합쳐 띄운 게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인 셈이다. 부지 면적이 220만㎡(약 67만평)로 대전 원자력연구원 본원(142만㎡, 약 43만평)보다 크고, 총사업비는 3059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공사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국내 언론 처음으로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지난달 21일 찾은 연구소 현장은 대왕암(大王岩)으로도 알려진 문무대왕릉에서 약 5㎞ 떨어진 어촌 산기슭에 터를 잡고 있었다. 6m 높이 공사장 가림벽 너머로 휴양지 콘도미니엄을 닮은 듯한 6층 규모의 세련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말 건물이 준공될 예정이지만, 공정률 98%로 외부 공사가 이미 끝나 임시사용승인까지 받아놓았다. 아직 토목공사가 한창인 주변과 대조적이었다. ‘교육협력시설’이란 이름이 붙은 이 건물의 1층은 컨벤션홀, 2~3층은 사무실, 4~6층은 숙소로 구성됐다. 6층 숙소에 들어서니 감포 동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여야가 뜻 모아 2021년 착공

 현장 총감독을 맡은 우상익 혁신원자력기반조성 사업단장은 “여야가 뜻을 모은 덕분에 2021년 6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가 끝나 사업이 확정되고 7월에 곧바로 착공식을 했을 정도로 전체 사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며 “2025년 12월 연구소가 완공되면 대전 본원보다 더 큰 규모의 연구소에서 한국의 차세대 원전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주력 연구가 될 SMR(Small Modular Reacto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기존 대형 원전은 발전용량이 1GW 안팎이다. 단일 원전 부지 내에 소형원자로를 여러 개 설치할 수 있어 모듈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SMR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2050년을 목표로 한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풍력·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SMR이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SMR은 크기가 작은 데다 모듈 방식이라 대형원전과 달리 발전량을 조절하기 쉽다. 국내 발전량의 35.6%(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주범인 화력발전소도 대체할 수 있다. SMR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란 이름으로 2021년 이미 개발이 시작됐다. 앞으로 6년 뒤인 2029년이면 실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선박·잠수함·쇄빙선 등에 사용

한국형 소형원자로 개발을 주도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형 소형원자로 개발을 주도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또 다른 축인 ‘해양원전’은 원자력 추진 선박에 쓰일 초소형원전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자력추진 선박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선박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료 추가 공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인 디젤엔진 선박의 강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과 러시아 등이 오래전부터 핵추진항공모함과 잠수함·핵추진쇄빙선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은 그간 대부분 발전용 대형 원전만 개발·운용해왔다.

 원자력연구원은 선박용 초소형 원전으로 ‘용융염원자로’(MSR)를 선택했다. MSR은 고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용융 상태의 ‘소금’을 원자로 핵연료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핵연료 물질을 용융염에 같이 녹이는 방식이다. 이영준 부장은 “핵연료가 액체 상태라는 점과 용융염이 우수한 열-물리학적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MSR은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과 소형화 가능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현대 등 공동연구 참여

 원자력추진 선박은 원자력연구원이 민간기업과 함께 수요 맞춤형 원천기술 공동개발 형식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현대건설과 기술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현대건설·삼성중공업·HD한국조선해양·센추리 등이 2000억원 넘게 투자하고 공동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 자체 로드맵에 따르면, 2026년까지 해양용 MSR 개념설계를 마치고, 이듬해 시험시설을 구축한 다음, 2033년까지 MSR 종합실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완공되면 향후 60년간 성장동력이 될 미래 원자력의 핵심인 소형원자로, 방사성폐기물 관리기술, 해체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탄소중립 시대 해결책이 될 원자력 전주기 기술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그림=김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