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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 가득 품은 초유의 '국토종단' 태풍…침수·고립 사고 속출 [대구·경북·충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가 태풍 '카눈'으로 하천 제방이 터져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가 태풍 '카눈'으로 하천 제방이 터져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 구조대가 혹시 모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느릿느릿 북상하며 한반도를 종단한 제6호 태풍 ‘카눈’으로 대구·경북과 충청 지역에도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대구에서는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태풍은 바다에서 수증기를 가득 품은 채 한반도에 상륙해 느리게 움직이면서 물폭탄을 뿌려 침수·고립 사고가 잇따랐다.

10일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3분쯤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에 태풍 관련 다른 신고를 받고 출동 중이던 소방대원들이 병천교 아래 남천에 떠 있는 67세 남성을 발견했다.

구조당국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경북대병원에 남성을 심정지 상태로 인계했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이다.

대구서 1명 사망·1명 실종 인명피해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45분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가다 물(저수지)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선착대가 도랑에 있는 휠체어를 발견했지만 구조 대상자는 보이지 않아 소방대원 30명, 경찰 70명을 투입해 상원지 인근을 수색 중이다.

10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남성이 저수지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대구소방본부가 출동했다. 사진은 실종자가 타던 휠체어.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10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남성이 저수지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대구소방본부가 출동했다. 사진은 실종자가 타던 휠체어.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경북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정오 기준으로 최소 11명이 주택이나 공장, 축사 등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1분쯤 경주시 현곡면 금장리 나원지하차도에서 자동차 1대가 물에 잠기며 1명이 고립됐다. 이에 앞서 오전 9시45분쯤에도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한 지하차도에서 주행 중이던 차가 침수돼 운전자 1명이 갇혔다. 소방당국은 구조 작업을 마친 뒤 해당 지하차도 출입을 통제했다.

급속도로 불어난 물에 고립 잇따라

폭우가 쏟아진 영천시 고경면에서도 고립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59분쯤 고경면 고도리 야산 인근에 사는 주민 2명이 집 앞에 물이 차 고립됐고, 같은 날 오전 9시 52분쯤에는 고경면 용전리 한 공장에서 직원 5명이 인근 하천이 범람해 갇혔다. 오전 8시 29분쯤에는 고경면 초일리에서 축사를 살피던 주민 1명이 폭우로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10일 오전 9시 45분쯤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한 지하차도에 태풍 '카눈' 영향으로 옆 하천물이 범람하면서 차도를 지나가던 차량 1대가 고립됐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10일 오전 9시 45분쯤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한 지하차도에 태풍 '카눈' 영향으로 옆 하천물이 범람하면서 차도를 지나가던 차량 1대가 고립됐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충청권 곳곳에서는 강한 바람으로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빈발했다. 특히 충남 부여군에서는 이날 오전 8시 49분쯤 30대 여성이 우산을 쓰고 길을 걷다 쓰러지는 가로수에 맞아 경상을 입었다.

강한 바람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이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전 6시쯤 경북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 반송’ 일부가 쓰러졌다. 천연기념물 제357호로 지정된 독동리 반송은 나이가 약 4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13.1m, 밑줄기 둘레 4.05m에 달하는 큰 소나무다.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북소방본부는 안전조치 후 문화재청과 구미시에 이를 통보했다.

10일 제6호 태풍 '카눈'이 몰고 온 비바람으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 가지 2개가 부러져 축 늘어져 있다. 연합뉴스

10일 제6호 태풍 '카눈'이 몰고 온 비바람으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 가지 2개가 부러져 축 늘어져 있다. 연합뉴스

충북 보은군에서는 수령 600여 년의 정이품송 가지가 부러졌다. 보은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쯤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정이품송 북쪽(법주사 방향) 가지 2개가 부러져 밑으로 늘어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공무원이 발견했다. 이날 속리산에 초속 18.7m의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가지 일부가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폭우 악몽’ 경북 포항·예천도 초긴장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가 난 경북 포항시와 지난달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북부지역도 이번 태풍 소식에 초긴장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빗줄기가 잦아들어 한숨 돌린 분위기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은 태풍이 완전히 소멸되기 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카눈’의 상륙으로 포항시에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태풍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시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한 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등 칠성천 인근 주민 120여 명이 다목적회관에 대피해 있다. 뉴스1

제6호 태풍 '카눈'이 상륙한 1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등 칠성천 인근 주민 120여 명이 다목적회관에 대피해 있다. 뉴스1

지난달 15일 발생한 산사태에 휩쓸린 주민 2명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1리를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주민들은 태풍이 지나가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대피해 있어 달라”면서 현장에 나와 있는 소방당국에 “끝까지 인명피해가 없도록 주민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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