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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지사 주민소환 꺼낸 野…손에 피 안 묻는 ‘유사 탄핵’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이 ‘주민소환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4명이 숨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을 김영환 충북지사에게 묻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단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단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민주당 일부 당원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참여한 ‘김영환 지사 주민소환 준비 위원회’는 충북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주민소환 투표 청구서’를 제출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는 닮은꼴”이라며 주민소환 추진을 시사한 지 하루만이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임기 중 지역 주민 투표로 면직시킬 수 있는 제도다. 주민소환투표는 충북 유권자의 10%인 13만 6000여명의 서명을 받아야 개시된다. 투표에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고, 이 중 과반이 찬성하면 즉각 면직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위한 다목적 카드로 이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 연말용 맞춤 공세 카드

쌍특검(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앞두고 지난 4월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쌍특검(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앞두고 지난 4월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우선 주민소환을 ‘연말용 공세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운동은 개시일로부터 120일간 이어진다. 현재 김 지사 주민소환 서명작업은 8월 1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라 12월 12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10% 유권자의 서명으로 실제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이는 12월 12일로부터 한달 뒤쯤 진행된다.

12월에는 민주당이 주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이른바 ‘쌍특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서울에서 ‘쌍특검법’ 대치가 벌어지는 가운데, 충청 지역에선 김영환 탄핵 여부가 본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총선 국면에 접어드는 연말부터 우리가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② 충북 민심 결집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김 지사는 오송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제가) 거기 갔다고 해도 상황이 바뀔 것은 없었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충청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지사 막말에 지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책임을 물어야 하는 여론이 주민소환이라는 목적지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6월엔 과천 정부청사 부동산 공급대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율이 3분의 1에 미달해 부결됐지만, 이때 생긴 반(反)민주당 기류가 이어져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과천시장은 국민의힘 몫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충북의 경우 여야 지지세가 팽팽한 요충지”라며 “총선을 앞두고 ‘모멘텀’이 될 수 있는 만큼, 민주당이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③ 부담 적은 탄핵 수단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수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인양리를 찾아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수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인양리를 찾아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일단 주민소환에 대해 “공식적인 당 차원 접근은 아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일부 당원이 참여하긴 했으나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주민소환이 개시된 만큼, 당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충북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는 피해복구에만 전념한다”며 “간담회를 열어 수재민 보상에 집중하는 일정 위주로만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 소환은 일단 개시되면 탄핵과 유사한 효력을 갖는다. 당장 지역 유권자 10%의 서명을 채워 관할 선관위가 주민소환투표를 공고하면, 투표 대상자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게다가 주민소환제는 ‘3분의 1 투표, 과반 찬성’의 요건만 충족하면 사법부 판단 없이 곧바로 직을 상실한다. 정치권에서 “성사만 되면 부담이 훨씬 적은 탄핵 수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주민 소환제는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고, 투표 정족수도 채우기 어렵다”며 “당이 앞장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지난 8일 주민소환투표 청구에 대해 “참사 희생자 유가족 아픔을 이용하는 파렴치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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