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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추워" 동굴은 14도, 계곡물은 10도…이곳선 폭염 잊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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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11월 개방한 평창 광천선굴. 대부분의 관람 구간에 데크를 설치해 유모차나 휠체어도 드나들기 편하다.

지난해 11월 개방한 평창 광천선굴. 대부분의 관람 구간에 데크를 설치해 유모차나 휠체어도 드나들기 편하다.

올여름은 유별나게 더웠다. 태풍이 카눈이 다가오고 있지만 말복(8월 10일)이 지나도 당분간 30도를 넘는 더위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강원도 평창 같은 곳이라면 여름을 나기가 수월하다. 평균 해발 고도가 약 700m여서 선선한 데다가 동굴, 계곡 같은 피서지도 다채로워서다. 최근 개방한 광천선굴이 올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3~4일 광천선굴이 있는 평창군 대화면을 다녀왔다. 대화면은 더위사냥축제가 한창인데도 북적이는 느낌이 없었다. 아직 여름 휴가지를 망설이고 있다면 평창을 추천한다. 서늘한 동굴을 둘러보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전통시장에서 시원한 막국수까지 맛볼 수 있어서다.

유모차도 들어가는 동굴

강원도 내륙 석회암 지대에는 100개 넘는 동굴이 숨어 있다. 개방된 동굴은 일부에 불과하다. 태백 용연동굴, 정선 화암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평창에는 딱 2개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260호 평창 백룡동굴, 그리고 지난해 11월 개방한 광천선굴. 백룡동굴은 국내 최초의 탐험형 동굴이다. 2010년 일반에 개방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순 없다. 한번에 20명씩, 하루 최대 240명만 입장을 허용한다. 해설사와 함께 헬멧과 점프수트를 착용하고 수시로 포복도 하며 들어가야 한다. 괜히 탐험형 동굴이 아니다. 6세 미만과 65세 이상은 출입이 안 되고 사진 촬영도 금지하는 등 제약이 많다. 학술적·생태적 가치가 높아서다.

광천선굴은 평창의 대표적인 동굴인 백룡동굴에 비하면 아담하다. 대신 누구나 관람하기 편하고 의외로 다양한 동굴 생성물도 볼 수 있다. 사진은 다랭이논처럼 생긴 휴석소.

광천선굴은 평창의 대표적인 동굴인 백룡동굴에 비하면 아담하다. 대신 누구나 관람하기 편하고 의외로 다양한 동굴 생성물도 볼 수 있다. 사진은 다랭이논처럼 생긴 휴석소.

이에 반해 광천선굴은 문턱이 낮다. 연령 제한도 없고 누구나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다. 동굴 내부가 거의 평지인 데다 평창군이 데크를 설치해 유모차나 휠체어도 드나들 수 있다. 기존에는 더위사냥축제 기간에만 개방하던 동굴을 관광지로 개발했고 아예 이름을 ‘광천선굴 어드벤처 테마파크’라 지었다. 굴 내부 길이는 850m에 달하는데 현재는 220m만 개방한 상태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6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2만3336명.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달 1~6일에만 5771명이 다녀갔다.

박쥐 사는 작은 동굴

광천선굴에는 박쥐도 많이 산다. 사진은 바위 틈에 모여 있는 관박쥐 새끼들.

광천선굴에는 박쥐도 많이 산다. 사진은 바위 틈에 모여 있는 관박쥐 새끼들.

“으, 추워. 진짜 추워요.”
동굴 입구로 다가서니 관람을 마친 아이들이 팔을 비비며 나오고 있었다. 에어컨 최저 온도보다 서늘한 바람이 동굴 밖으로 불어왔다. 안으로 들어가 온도계를 보니 14도였다. 긴 팔 셔츠를 꺼내 입었다. 동굴 생물을 설명하던 한경주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플래시로 천장을 비췄다. 바위틈에서 옹기종기 모여 낮잠을 자는 관박쥐 새끼들이 보였다. 인적이 드문 지굴(支窟)에서는 큰 박쥐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박쥐는 동굴 생태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박쥐 배설물 ‘구아노’가 아시아동굴옆새우·등줄굴노래기 같은 멸종위기 생물의 먹이여서다.

광천선굴 안쪽에서 볼 수 있는 유석. 화려한 조각 전시품을 보는 것 같다.

광천선굴 안쪽에서 볼 수 있는 유석. 화려한 조각 전시품을 보는 것 같다.

광천선굴은 작다. 폐광을 관광지로 활용한 광명동굴의 관람 구역이 약 2.4㎞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러나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동굴이 형성된 게 무려 4억년 전이란다. 온갖 종류의 동굴 생성물도 갖추고 있다. 작은 동굴이 3층 구조로 이뤄진 점도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건조한 상층부는 활동이 거의 멈춘 상태였지만, 주요 관람구역인 중층부는 석순·종유석·휴석소 등으로 화려했다. 암맥과 습곡 등 교과서에서 본 지질 현상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종유석으로 벽 전체가 덮인 구간은 유럽 고딕 성당처럼 눈부셨다. 하층부 일부 구간에서는 빠른 속도로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한경주 해설사는 “작긴 해도 살아서 꿈틀대는 활굴(活窟)”이라고 강조했다.

땀띠 사라지는 계곡 

평창 대화면에 있는 땀띠공원은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땀띠가 사라질 만큼 물이 맑고 시원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평창 대화면에 있는 땀띠공원은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땀띠가 사라질 만큼 물이 맑고 시원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동굴이 크지 않으니 관람 시간이 길진 않다. 지루하지 않고 많이 걸을 필요가 없어서 좋다는 사람이 있지만 아쉽다는 사람도 있다. 동굴 관람을 더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방문자센터를 들러서 광천선굴의 생성 과정부터 동굴 생물에 대한 안내를 보고 가길 권한다. 아이들이 신비한 동굴 세계에 더 큰 흥미를 갖게 될 테다.

광천선굴에서 남쪽 2.4㎞ 거리에 대화전통시장이 있다. 조선 시대만 해도 ‘동대문 밖에서 대화장을 보라’는 말이 있었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큰 우시장이 섰던 곳이다. 지금은 100여 개 점포만 남았지만, 장날(4·9일)에는 제법 활기가 돈다. 올챙이국수·메밀전 같은 강원도 전통음식을 맛보고 싼값에 농산물을 사는 것도 좋겠다. ‘토담막국수’의 물막국수나 ‘정록식당’ ‘안미칼국수’의 콩국수는 더위를 잊게 하는 여름 별미다.

대화전통시장 정록식당에서 맛본 콩국수. 서울의 유명 식당 콩국수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국수를 판다. 1인분 7000원.

대화전통시장 정록식당에서 맛본 콩국수. 서울의 유명 식당 콩국수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국수를 판다. 1인분 7000원.

시장 건너편에는 이름도 재미난 ‘땀띠공원’이 있다. 연중 수온 10도를 유지하는 계곡물이 흐르는 공원인데 발을 담갔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영섭 대화시장 상가번영회장은 “여름에는 1분도 견디기 힘들지만 겨울에는 도리어 따뜻해서 겨울철 빨래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광천선굴은 쉬는 날 없이 운영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30분이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광천선굴은 평창역과 대화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찾아갈 수 있다. 다만 배차 간격이 긴 편이다. 휘닉스평창이 투숙객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토·일요일 오후 12시 30분 리조트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오후 2시 광천선굴에서 복귀한다. 이동시간은 약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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