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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명 중 1명 징계…공정위 '김상조 규정' 결국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최근 5년간 공정위 직원 3명 중 1명이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만든 규정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과의 교류를 막다 보니 공정위가 ‘갈라파고스’에 고립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9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 위반으로 218명이 주의 또는 경고의 징계를 받았다. 공정위 정원이 653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직원의 33.4%에 해당한다.

공적 만남인데 1번 실수에 경고·주의 

외부인 접촉관리 제도는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때 시행했다. 대형로펌 변호사나 대기업 임직원을 만나거나 전화했을 때 5일 이내에 감사담당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게 골자다. 사건과 관련해 외부인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2018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2018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공정위 직원들의 접촉 보고는 한 해에만 수천건이다. 올해 1~6월 공정위 내에서 외부인 접촉을 했다는 보고는 1520건이다. 이 중에서 자료·의견 제출을 위한 접촉이 517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 2851건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5년간 접촉 보고 건수는 총 1만7482건에 달한다.

공정위는 업무 특성상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 변호사와의 접촉이 잦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서기관은 “대부분의 접촉은 공적인 업무인데, 그렇다고 해도 한번이라도 실수나 착오로 신고를 누락하면 불이익을 받다 보니 그냥 최대한 안 만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공정위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모든 접촉을 기록으로 남기게끔 하다 보니 민간과의 소통단절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금품 전달이나 청탁 등 문제가 있다면 엄중히 조치하도록 하는 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업무는 보고 대상서 제외 유력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공정위는 접촉관리 규정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안팎의 의견을 듣기 위한 의견 청취에도 나섰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전 정부에서 만든 규정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는 모양새다. 올해 4월부터 정책과 조사 파트를 분리한 만큼 정책 업무를 맡은 직원은 외부인 접촉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사 담당 직원이라고 해도 대면조사나 자료 제출처럼 공식적으로 공정위를 방문해 접촉하는 경우엔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접촉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과 신고 대상에 들어가는 직원 범위를 줄여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상 신고 대상을 공정위 퇴직자로 한정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정책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한 지 3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보고 개선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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