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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 은행…무디스, 중소형은행 10곳 신용등급 강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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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 연착륙 기대감을 품은 미국 경제가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에 긴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소형은행 10개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췄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한 후속 조치 격인데, 고강도 긴축이 오랫동안 지속할 경우 은행시스템 불안으로 번질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앞서 1일에는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바 있다.

무디스는 10개 은행에 대해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위험이 여전히 크고 ▶자본비율 규제가 강화된 점을 꼽았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중소형 은행은 M&T뱅크, 웹스터파이낸셜, BOK파이낸셜, 올드내셔널뱅코프, 피나클파이낸셜파트너스 등이다. 무디스는 US뱅코프, 뱅크오브뉴욕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6개 대형은행도 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으로 편입시켰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무디스는 “내년 초 경미한 경기 침체가 벌어질 수 있다”며 “일부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긴축 정책으로 예금이 고갈되고, 고정금리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은행 유동성과 자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미 연방준비제도(Fed) 목표 범위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금리가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 고정 자산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초 SVB 파산 사태로 시작된 중소형 은행 관련 리스크는 Fed의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 등으로 급히 봉합됐지만, 무디스는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70%는 중소형 은행들이 맡고 있는데, 고금리와 원격근무 영향으로 공실률이 치솟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 부동산 정보업체 트레프(Trepp)에 따르면 상업용 모기지 시장 연체율은 지난달 4.41%로 전월 대비 0.51%포인트 증가했미다. 카멜로타 어드바이저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은행업계는 ‘탄광 속 카나리아(위험을 알리는 징후)’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 일부 도심이 유령도시처럼 되면서 은행들이 잠재적인 부동산 관련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도 다음 뇌관으로 지목된다. 미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다가구 주택 모기지 규모는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해 약 2조 달러 규모로 늘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다가구 주택 대출액의 절반가량(약 9807억 달러)의 만기가 다가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전역의 많은 다가구 건물 소유주가 전멸(wipe out)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8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2%, 나스닥 종합지수는 0.79% 각각 내렸다. 은행주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제도권 금융이 흔들리자 반사효과는 비트코인이 얻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이날 한때 3986만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으로 3만 달러(3960만원) 선을 회복했다. SVB 파산 사태 당시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대체 자산으로 떠오르며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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