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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또 뛰기 전에…” 지난달 가계대출 5.4조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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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 잠잠했던 주택 매수가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대출 증가 폭도 커졌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가계대출이 늘면 연체율 상승 등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모든 금융권에서 취급한 가계대출은 한 달 전과 비교해 5조4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 폭으로는 최고치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은 정부의 고금리 정책 영향에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이어갔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증가로 전환된 뒤, 4개월 연속 늘었다. 6월(3조5000억원)과 비교해서, 지난달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약 2조원에 가깝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뒤, 5개월 연속 늘었다. 6월 증가 폭(6조4000억원)보다 지난달 증가 폭(5조6000억원)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최근 반등을 보이는 아파트 매매시장과 연관이 있다. 고금리 정책으로 급감했던 신규 아파트 매매수요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정책모기지 등 금융 지원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올해 초 급등했던 금리가 최근 일부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불을 붙였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세를 유지했다.

통화 긴축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가계대출 재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까지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대출금리가 오른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서다. 최근 5대 시중은행(KB금융·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4일 기준 4.08~6.937%로 집계됐다. 최저금리는 4%대로 올라오고, 최고금리는 7%대까지 근접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금리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초까지는 전월 대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에서 정책모기지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개별 금융사가 취급하는 일반개별주담대보다 높았다. 정책모기지는 장기 고정금리형이며 사회 취약층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이 비중은 6월부터 역전됐다. 실제 지난달은 전달 대비 일반개별주택담보대출 증가 폭(3조9000억원)과 정책모기지(2조4000억원) 증가 폭이 1조5000억원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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