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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장애 극복'은 편견 조장하는 표현"

중앙일보

입력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장애인으로서 장애를 극복하고 타인의 귀감이 된 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와 같은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장애를 질병이나 일시적 시련처럼 헤쳐나갈 수 있는 대상으로 잘못 생각하게 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인권위에는 한 지자체에서 올린 ‘제9회 장애인 대상’ 수상 후보자 모집 공고문에 적힌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인권침해라는 진정이 접수됐다.

이 지자체는 ‘장애 극복 부문’의 포상자로 “장애인으로서 장애를 극복하고 타인의 귀감이 된 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진정 접수 후 지자체 측은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의 어려움을 이겨내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돼 온 표현이라고 인권위에 해명했다.

그 근거로 보건복지부가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자체 등에 유공자 발굴을 요청하면서 “장애의 역경을 극복하거나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포상”하고자 한다고 기재한 점을 들었다.

다만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관련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이 지자체가 차별적 의도를 가지고 이런 표현을 썼다고 보기 어렵고, 행정기관 등에서 해당 표현이 사용돼온 것도 사실이기에 장애인 인권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해 이 진정을 기각했다.

다만 진정 사건과는 별개로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은 개선하는 게 장애인의 인권보장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이 표현이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살아가는 장애인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표현이 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지자체의 공고는 행정기관의 정책을 전달하고 홍보하는 중요한 매체이므로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에 해당 표현이 사용된 법령과 조례를 개정하고 이 표현이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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