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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멸' 소문에 뒤숭숭한 與…"인물 없네" 위기감 근거 셋

중앙일보

입력

신평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에서 강연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최근 "당이 여론조사를 돌렸는데 수도권이 거의 전멸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뉴스1

신평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에서 강연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최근 "당이 여론조사를 돌렸는데 수도권이 거의 전멸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뉴스1

여권이 내년 4·10 총선을 8개월가량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으로 뒤숭숭하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8일 YTN 라디오에서 “수도권 상황이 절대 낙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국민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 하는데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위기론은 신평 변호사가 지난 3일 “국민의힘이 자체 여론조사를 했는데 수도권에서는 거의 전멸하는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론조사를 돌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당내에서는 “지도부에서 여론조사를 받아든 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소문도 돈다.

국회의원 선거 253개 지역구 중 121개(48%)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있다. 국민의힘 경기권 의원은 “수도권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전체 선거에서 패배하는 구조여서 수도권 위기론은 엄살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①기울어진 운동장

현재 수도권 121석(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 중 민주당 의석수는 97석으로 국민의힘(18석)보다 압도적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세 차례 총선에서 강화됐다. 2012년 19대 총선 결과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43석,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65석으로 비율은 ‘4 대 6’이었고, 2016년 20대 총선은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35석, 민주당 82석으로 ‘3 대 7’, 21대는 ‘2 대 8’로 벌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현 여권이 계속 패배하면서 지역 조직이 와해했고, 각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인사의 존재감도 줄었다.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올해 1월 당협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역에 조직이랄 것이 없더라”며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을 통해 조직·자금력을 갖추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②인물 부족

총선에 낼 중량감 있는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여권의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현재 수도권 121석 가운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곳은 29개(서울 12개, 경기 14개, 인천 3개)에 달한다. 민주당은 12개만 공석이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이 중 26개(서울 3개 제외) 당협위원장을 공모했는데 김성태 전 의원(강서을), 이용호 의원(마포갑), 오신환 전 의원(광진을) 등이 신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나마 얼굴이 알려진 전·현직 의원을 빼고 다른 분들의 경쟁력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3월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던 오신환 전 의원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202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던 오신환 전 의원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202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당내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같은 전국구 스타가 수도권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③아파트값 폭등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에 살던 3040세대가 대거 경기도로 빠져나간 점을 국민의힘은 주목하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3040세대 중에는 민주당 지지자가 비교적 많은 편인데 이들이 지하철이 연결된 화성, 남양주 등으로 이사했다”며 “예전에 해볼 만한 지역도 지금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다만 당내에서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한 점을 들어 “해볼 만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 소속 의원은 “수도권은 정치적 사안에 민감한 지역이어서 민주당의 돈봉투 사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등이 커지면 반대급부로 우리를 선택하는 유권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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