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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문 열고 에어컨’…전력 수요는 역대 최대치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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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부터 이틀간 최대 전력 사용량이 92.9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부터 이틀간 최대 전력 사용량이 92.9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 [뉴스1]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킨 7일 오후 2시. 세종시 한 카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영업 중이었다. 매장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냉기가 서늘했다. 업주는 “문을 닫아놓고 영업할 때보다 열어놨을 때 확실히 손님이 더 많이 찾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린 가운데 냉방비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밖이 더울수록 매장이 시원하기를 바라는 손님이 많아서다. 이런 가운데 7일 전력 수요가 정부 예상을 뛰어넘어 역대 여름철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93.615기가와트(GW)로, 지난해 7월 7일(92.990GW)보다 0.625GW 높았다. 당초 정부 예상(92.9GW)도 뛰어넘었다. 이날 전력 피크 상황에서 공급능력은 104.3GW로, 예비력 10.7GW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 상황을 기록했다. 전력거래소는 현재 북상 중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오는 9일까지 높은 전력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를 직업 찾아 전력설비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이번 주 전 국민적으로 에너지 절감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기요금 인상폭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 인상폭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공사]

한여름일수록, 무더울수록 전력 사용이 늘어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에게 주로 적용하는 일반용(갑) 저압 기준 지난해 여름철(7~8월)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1586㎾h(킬로와트시)였다. 같은 해 5월(1137㎾h)보다 39%(449㎾h) 많았다.

폭염으로 전기 쓸 일은 많은데 요금은 부쩍 올랐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h당 28.5원 인상했다. 올해 여름에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전력을 쓸 경우 일반용(갑) 저압을 쓰는 소상공인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34만8040원 수준이다. 지난 5월 전기요금(22만950원)보다 12만7090원(58%) 많다.

인상분은 업종마다 편차가 크다. 특히 PC방·편의점같이 24시간 전기를 쓰는 업체일수록 부담이 늘어난다. 서울 양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 모(48) 씨는 “6월에만 5월보다 전기요금이 30만원 더 나왔다. 7월엔 얼마나 더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깃집 대표는 “불을 쓰는 음식점은 에어컨을 더 세게 돌려야 해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전기료 부담이 크지만,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하는 ‘개문 냉방’도 여전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 냉방 시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 때보다 전력소비가 최대 약 3~4배 증가한다. 공단이 지난 6월 전국 주요상권 26곳의 52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12%가 개문 냉방 중이었다. 명동·홍대 상권 같은 서울 번화가는 개문 냉방 영업 비율이 69%에 달했다.

‘전기료 폭탄’을 피하려면 개문 냉방이 상징하는 에너지 낭비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컨을 안 켤 수 없는 만큼 설정 온도를 1도라도 높이고, 실내 적정온도를 가능한 26도로 유지하는 식이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돌리거나 실외기와 에어컨 필터를 자주 청소해 냉방 효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기 위해 6~9월 전기요금을 2~6개월간 나눠서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에너지효율 1등급 냉방기 구매 시 40%를 할인해 준다. 유통매장은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 경우 설치 면적(㎡)당 9만원씩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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