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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싸서…제주도 대신 해외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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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직장인 이모(32·경기 파주)씨는 지난 2일 남편과 2박 3일 일정으로 태국 방콕 여행을 떠났다. 제주도로 갈까 고민했지만 1년 전 2박 3일 여행에 둘이서 총 150만원이 넘는 경비가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씨는 “방콕행 왕복 항공권이 1인당 40만원대로 좀 비쌌지만 4성급 호텔 1박 가격이 10만원대라 숙박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물가도 한국보다 저렴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엔데믹 이후 첫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제주도를 찾는 이들이 줄고 있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제주도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 수는 109만2161명으로 1년 전보다 14.5%(약 18만6000명) 줄었다.

제주도 여행객 감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7월 승용차 임차료는 전년 동월 대비 17.8%, 국내단체여행비는 9.3% 하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승용차 임차료는 한 마디로 렌터카 비용이다. 두 수치 모두 전국 단위 기준이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제주 지역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여름 휴가지로 제주도 선호가 줄어든 건 휴가철 바가지요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과 더불어 엔데믹으로 인한 해외여행 정상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7월 해외 패키지 여행객은 6월 대비 ▶일본 13% ▶베트남 9% ▶동남아(베트남 포함) 8% 순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 5월 일본 정부가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3차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 의무를 해제했고, 엔저 현상까지 이어지자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312만9000명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101만명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동안 이 3배 넘는 인원이 일본을 다녀갔다.

이에 제주도는 부랴부랴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내국인 관광객 활성화 7대 전략’ 대책을 발표했다. 물가 단속, 할인 이벤트, 관광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여행객을 다시 불러오겠단 전략이다.

여행업계에선 제주도 관광객 감소가 엔데믹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의견도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외여행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제주도 노선 수가 줄었고, 여행객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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