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명예교수(75)가 노르웨이 왕실 공로 훈장을 받았다. 희곡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작가 헨릭 입센(1828~1906)의 전작을 번역한 공로다.
김 명예교수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아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하지만 노르웨이어를 배운 적은 없다. 입센 번역을 위해 노르웨이어를 독학해 2007년 시작한 10권짜리 ‘입센의 희곡 전집’ 번역에 15년이 걸렸다. 한국 외교관이나 경영인이 이 훈장을 받은 적은 있지만, 문화계 인사가 받은 것은 김 명예교수가 처음이다.
지난 3일 서울 성북동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김 명예교수는 “입센은 19세기의 아방가르디스트였다. 당시 유럽에는 상업극만 있었다. 그런 시대에 인간의 자유 의지나 젠더 불평등을 주제로 극을 쓴 선구자였다”고 했다.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작가인데 국내의 영어 번역본과 독어 번역본의 뉘앙스가 제각각이더라. ‘원어로 읽지 않으면 평생 입센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에 번역에 나섰다”고 했다.
김 명예교수의 번역본 이전까지 입센의 작품은 독일어나 영어 번역을 한국어로 번역한 중역본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생을 한다는 생각에 외롭기도 했다”는 김 명예교수는 “전집 출판 후 연극계 여러 선생님의 격려를 받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한국 연극의 기반을 넓히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희곡 번역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한 일”이라며 “양국 문화적 교류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