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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9년 전 체포한 韓마약사범 이제와 사형…손준호도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4일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수감 중이던 한국인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중국에서 한국인이 사형을 당한 건 9년만에 처음으로 이번 사건이 한ㆍ중 관계에 악재로 비화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대전경찰청이 압수한 마약 자료 사진. 연합뉴스.

지난 7월 대전경찰청이 압수한 마약 자료 사진. 연합뉴스.

정부 "사형 집행에 유감"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 마약 판매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우리 국민에 대해 8월 4일 사형이 집행됐다"며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 국민에 대해 사형 집행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중급인민법원에선 한국인 A씨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A씨는 2014년 필로폰 5㎏을 판매 용도로 소지한 혐의로 현지 공안에 체포됐다. 이후 2019년 1심 재판과 2020년 11월 2심 재판에서 모두 사형 선고를 받았고, 이후 최고인민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A씨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후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도적 측면에서 집행을 재고 또는 연기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며 "다만 중국은 최근 사전에 우리에게 사형 집행 계획을 통보한 뒤 이날 실제 집행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 주광저우총영사관을 통해 집행 계획을 통보했다고 한다.

지난 7월 대전경찰청이 압수한 중국에서 밀반입된 마약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7월 대전경찰청이 압수한 중국에서 밀반입된 마약 자료사진. 연합뉴스.

9년만의 한국인 사형 

한국인에 대해 중국이 사형을 집행한 건 2014년 이후9년만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사형이 집행된 한국인은 총 6명이다. 2001년 마약 사범 1명, 2004년 살인으로 1명, 2014년에 마약 사범 4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현재 마약 관련 혐의로 중국 내에서 형을 살고 있는 한국인은 70여명에 달한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 사형 등 중형에 처할 위험이 있는 사례는 없다고 한다.

외교 당국은 이날 A씨에 대한 사형 집행이 한ㆍ중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최근 자국 내 마약 유통에 대해 워낙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1㎏ 이상의 아편이나 50g 이상의 필로폰·헤로인을 밀수·판매·운수·제조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혹은 1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재판 과정이 길어졌다고 해도 2014년에 체포됐던 A씨에 대해 중국 당국이 이제 와서 사형을 집행했고, 한국인에 대한 사형 집행은 9년만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마약을 포함한 각종 범죄에 대한 엄벌 원칙을 강조하며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와중에 양국 관계까지 냉각기로 치달으면 A씨의 사례처럼 인도주의적 차원의 예외도 적용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6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언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6일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언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시범 케이스 안 돼야" 

지난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구속된 한국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산둥 타이산 소속) 선수에 대한 수사도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에선 검찰에 의한 구속 수사가 최소 2개월에서 최장 7개월까지 가능하다. 손 선수가 중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중국 내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손 선수 관련 수사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이날 A씨에 대한 사형 집행에 대해 "중국이 마약 단속 등 사회 통제의 고삐를 죄는 과정에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는 일환으로 한국인에 대한 사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중국의 대외 관계에 따라 사법 당국의 판단도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을 한ㆍ중 관계의 악재로 삼으면 오히려 중국에게 반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국가안보기관의 단속 권한을 확대한 반(反) 간첩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되는 등 민감한 시기에는 중국의 강경 기조에 대한 시범 케이스로 한국인이 걸려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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