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지하차도) 참사 유가족이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사고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명백한 ‘시민재해’란 이유에서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는 3일 오전 11시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유가족협의회는 “부실한 임시제방을 설치하고 붕괴 위험에도 비상상황에 대응하지 않은 행복청, 관리 주체이자 교통 통제 권한을 갖고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충북도, 미호강 범람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청주시는 이번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공범”이라고 밝혔다.
유가족協 "참사 원인 폭우 아닌 관리·실패"
유가족협의회는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 이들(충북지사·청주시장·행복청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이들 3개 기관에 분명한 책임 있다고 하면서도 형식적인 인사 조치로 서둘러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각 기관의 수장이 관계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겠다는 국무조정실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유가족협의회의 입장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17~26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기관에 대한 감찰 조사를 벌여 18명을 추가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수사 의뢰된 인원은 36명으로 늘었다. 수사 의뢰와 별도로 과실이 확인된 5개 기관 공직자 63명은 소속 기관에 통보, 징계 등의 조치를 요청했다.
국조실 "충북지사·청주시장 선출직" 조치 안해
하지만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상래 행복청장 역시 정무직으로 대상에서 빠졌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래 행복청장의 해임을 건의했다.
유가족협의회 이경구 대표는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누리겠다는 이들에게 유가족이 직접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에서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오송 참사 중대시민재해 해당"
전문가들 사이에선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학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차도 관리상의 결함과 공중이용 시설인 미호강 제방의 설치·관리상의 결함이 서로 중첩한 재해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에 적용한다.
공중이용시설 관리 결함으로 사망시 적용
앞서 지난달 19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김영환 충북지사 등 3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충북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이 수사 중복 등의 이유로 해당 고발 건을 검찰에 넘긴 만큼 이번 수사는 청주지검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미호강서 "철저한 수사" 강조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 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용원 청주지검장은 3일 오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과 함께 미호강 임시제방 현장을 찾아 점검했다. 배 지검장은 ”철저한 수사로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규명하고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폭우로 미호강 임시 제방이 터지면서 하천수가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검찰은 충북도 등 관계 기관과 금호건설 등 미호천교 임시제방 시공 업체 등을 압수 수색,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