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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미호강 둑 터지기 1시간 전…딱 6명 삽질하고 있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부 6명이 삽으로 보강…행복청 조처 미흡” 

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참사 사고가 나기 전 임시 제방 보강 공사를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1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국회의원실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7시1분 미호천교 신축공사장에서 임시 제방을 쌓고 있는 인부는 6명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에는 미호강 수위가 이미 임시 제방 턱밑까지 차올라 일부 구간이 월류(越流)하는 모습이 보인다. 인부들은 20~30m 구간에 서서 삽을 들고 흙을 퍼 올리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굴삭기 같은 중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15일 충북 청주 미호천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삽으로 임시 제방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 도종환 의원실 영상 캡처

지난 15일 충북 청주 미호천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삽으로 임시 제방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 도종환 의원실 영상 캡처

미호강 임시 제방은 약 100여 m 구간으로, 오송 침수사고에서 300~400m가량 떨어져 있다. 미호천교 신축을 비롯한 제방 공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사업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5일 오전 8시3분쯤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한다”는 상황 보고가 접수됐다. 붕괴한 임시 제방으로 월류한 강물이 대량으로 오송리 방향으로 흘러들면서, 오전 8시40분쯤엔 궁평2 지하차도가 완전히 잠겼다.

지난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에서 만난 주민 김도환(66)씨가 임시 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 아래에서 만난 주민 김도환(66)씨가 임시 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오송 주민 “중장비 투입도 늦어” 

이 영상을 제공한 궁평1리 주민 박종혁(63)씨는 “행복청에서 사고 당일 오전부터 굴삭기를 이용해 제방 보강 공사를 했다고 주장해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며 “공사 관계자에게 ‘톤백을 가져다 쌓아도 모자랄 판에 강물 수위가 상당히 상승한 오전 7시쯤 인부 6명이 삽으로 작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60년 넘게 궁평리에 살면서 범람 위기는 있었어도 물이 넘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임시 제방이 서서히 유실되다가 어느 순간 팍 터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이어 “사고 다음 날 가보니 많은 물이 쏟아지면서 임시 제방 옆쪽 15m 구간 아스팔트가 다 들릴 정도로 파손됐다. 월류 속도가 빨랐다는 의미”라며 “(행복청이)미리 방지를 했다면 침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 회견에 참석한 도종환 의원은 “오전 7시쯤 기존 제방을 보면 아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임시 제방은 월류 수위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미호천교 수위는 금강홍수통제소가 관리하는 심각단계(9.2m)를 넘어선 9.47m였음에도 행복청은 인부 6명을 보내 제방 보강 공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현장에서 지난 20일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국과수 등 유관기관이 본격적인 합동 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현장에서 지난 20일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국과수 등 유관기관이 본격적인 합동 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종환 “새벽 홍수경보에도 행복청 인부 6명 보내” 

박씨는 중장비 투입도 늦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씨는 “영상을 촬영했을 당시 중장비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임시 제방을 찾은 한 주민은 오전 7시51분쯤 소방당국에 ‘미호천 뚝방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고 신고했다. 이 주민은 “굴삭기 1대가 보강작업을 했다”고 증언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이날 오전 8시쯤 임시 제방 상황을 충북소방본부에 전했다.

도 의원은 “현재까지 내용을 종합하면 오전 7시22분쯤 굴삭기가 등장하는 데 주민이 소방에 신고한 오전 7시51분 사이에는 굴삭기를 동원해 보강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비 수백대를 동원해도 범람을 막지 못했을 텐데 인부 6명이 선 조처를 하고, 중장비를 너무 늦게 투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행복청 담당자는 당시 인원, 장비 투입 규모를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고 있다”며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경보를 내린 새벽에 모든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제방 붕괴를 막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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