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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유급까지 생각했다”…유신고 이기창의 벼랑 끝 다짐

중앙일보

입력

유신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이기창이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1회전을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고봉준 기자

유신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이기창이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1회전을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고봉준 기자

경기 종료 예정 시각을 한참 넘긴 오후 8시 무렵. 이미 주요 유망주들 관찰을 마친 몇몇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퇴근시간이 지나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꼭 봐야 할, 아니 보고 싶은 선수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유신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이기창(18)이었다.

이기창은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서울고와의 1회전에서 4-5로 뒤진 8회초 구원등판해 2이닝 동안 25구를 던지며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마침 유신고 타선이 8회 공격에서 2점을 뽑아 6-5 역전승을 거두면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까지 가져갔다.

신장 1m85㎝, 체중 87㎏의 탄탄한 체구를 자랑하는 이기창은 지난해부터 전국구 유망주로 떠올랐다. 2학년임에도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안정적으로 던져 관심을 샀다. 이어 7월 충암고와의 청룡기 결승전에선 깜짝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 호투해 우승의 발판을 놓으면서 2학년 에이스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기창은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이기창은 “올 시즌 초반 몸살이 심하게 걸렸다. 또, 직전 전국대회를 앞두고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서 컨디션이 더 떨어졌다”고 아쉬움을 먼저 이야기했다.

진학을 앞둔 시기라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올해 이기창이 뛴 경기는 이날 서울고전을 포함해 겨우 6게임. 그나마 2승 평균자책점 2.12(17이닝 4자책점) 22탈삼진 5볼넷으로 성적은 좋았지만, 202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9월 14일 개최) 상위 지명을 노렸던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기창은 “1년 유급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유신고 이기창. 고봉준 기자

유신고 이기창. 고봉준 기자

이기창이 부진을 털기 위해 택한 방법은 투구폼 변화였다. 팔 스윙을 짧게 가져가면서 제구를 먼저 잡기로 했다. 구속은 조금 떨어져도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유신고 홍석무 감독은 “그래도 오늘 (이)기창이가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졌다. 특히 유리한 볼카운트에선 주무기인 스플리터로 타자들을 잘 잡아냈다”고 칭찬했다.

최근 몇 년간 유신고에는 수준급 투수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소형준(22·KT 위즈)을 시작으로 김기중(21·한화 이글스), 박영현(20·KT), 박시원(19·삼성 라이온즈) 등이 해마다 프로 무대로 진출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기창은 “신인 드래프트가 두 달 정도 남았다. 압박감이 심하긴 하지만 남은 기간 좋은 구위를 되찾아서 형들처럼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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