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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비하’ 후폭풍에 몸 낮춘 민주…김은경은 사과 않고 버티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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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비하’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는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버티고 있다.

김은경(左), 양이원영(右)

김은경(左), 양이원영(右)

대한노인회는 2일 성명서를 내고 김 위원장과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노인회는 “950만 노인세대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분노한다”며 “민주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반복하는 치유할 수 없는 습관이 있는 정당인가. 노인회를 찾아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사단법인 국가원로회의도 이날 성명서에서 “어르신들 마음을 난도질하듯 찢어버리는 폭력이고 심각한 모욕적 발언”이라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여명(餘命·남은 수명)에 비례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의 중학생 시절 발언을 소개하면서 “되게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동조해 구설에 올랐다. 양이원영 의원도 해당 발언에 대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가세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모든 구성원은 세대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과 혁신위원인 이해식 사무부총장은 이날 오후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간담회를 가진 뒤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하며 “내일 오전 중에라도 노인회를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양이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쓴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며 “나이 많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30802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30802

그러나 김 위원장은 1일 인천시당에서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면 유감”이라고 말한 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홍정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연령에 따라 투표권을 차별하자는 건 비합리적 주장”이라고 했고, 김종민 의원도 “입장문 정도로 수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식 기자회견으로 정중히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선 “혁신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전날 인천시당에서 “윤석열 밑에서 (금감원 부원장)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라고 한 발언도 맹공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금감원 부원장은) 연봉 3억원의 고위직”이라며 “점잖게 임기 보장을 해줬더니 돌아오는 건 패륜적 언행뿐”이라고 했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우리 좀 솔직해지자”며 “국민들 눈에는 좋은 자리 내려놓기 아쉬워 구질구질하게 버티면서 임기를 다 채웠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민주당 집단 이성이 붕괴되고 있다”며 “혁신위가 반혁신 구태에 앞장서고 있다. 이쯤에서 깨끗하게 사과하고 간판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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