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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태풍 두달, 韓여행객 돌아왔다…'인생사진' 비밀 명소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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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은 지난 5월 태풍 마와르가 강타하며 전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두 달여 시간이 흐른 지금은 복구가 마무리돼 옛 모습을 되찾았다. 태풍 전 한국인이 즐겨 찾았던 닛코 호텔의 워터파크도 정상 가동 중이다. 백종현 기자

괌은 지난 5월 태풍 마와르가 강타하며 전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두 달여 시간이 흐른 지금은 복구가 마무리돼 옛 모습을 되찾았다. 태풍 전 한국인이 즐겨 찾았던 닛코 호텔의 워터파크도 정상 가동 중이다. 백종현 기자

태풍이 가고, 한국인 여행자가 돌아왔다. 괌은 지난 5월 슈퍼 태풍 ‘마와르’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도로 등 기반 시설이 크게 망가지고, 한때 공항과 주요 관광지 등이 폐쇄하는 등 관광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8월 현재 공항을 비롯해 호텔‧쇼핑몰‧식당 등 대부분 시설이 정상 운영에 운영을 재개한 상태다. 바캉스를 맞은 한국인 여행자가 다시 괌을 찾으면서, 침체했던 경기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태풍이 휩쓴 지 두 달 만에 괌을 찾았다. 섬 곳곳을 돌아보고, 낯선 매력이 있는 새로운 관광지도 찾아봤다.

코로나도 가고, 태풍도 가고

호텔과 상점이 몰린 투몬의 야경. 태풍 복구 후 관광객이 돌아오며 예전의 화려한 모습을 되찾았다.

호텔과 상점이 몰린 투몬의 야경. 태풍 복구 후 관광객이 돌아오며 예전의 화려한 모습을 되찾았다.

괌의 대표적인 명소 스페인 광장 한편에 태풍 때 뿌리째 뽑힌 나무가 방치돼 있다.

괌의 대표적인 명소 스페인 광장 한편에 태풍 때 뿌리째 뽑힌 나무가 방치돼 있다.

괌 여행은 딱 1년 만이었다. 지난해 8월 찾았던 괌은 한마디로 “물 반 한국인 반”이었다. 괌 관광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였던 일본이 코로나 여파로 해외여행을 멈춘 사이 섬은 전체가 한국인 세상이 됐다. 호텔과 쇼핑몰‧식당이 몰린 투몬 해변, 사랑의 절벽 같은 관광지 모두 한국인 관광객이 차지했었다.

지난해 괌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는 대략 19만3000명.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했다. 올해도 6월까지 18만 이상의 한국인이 괌을 찾았다(시장 점유율 61.2%). 하나 지난 5월 태풍이 덮치면서 한 달 가까이 한국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달 19일 괌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때 폐쇄됐던 괌 노선은 현재 정상 운행 중이다. 대한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 등 항공사가 인천~괌, 부산~괌 노선 운항을 재개해, 현재 항공 운항 편수가 주 50편에 이른다. 태풍 이전인 4월 수준을 회복했다.

인기 관광지인 사랑의 절벽. 중앙에 있던 '연인 동상'은 지난 5월 태풍 때 파손돼 철거된 상태다

인기 관광지인 사랑의 절벽. 중앙에 있던 '연인 동상'은 지난 5월 태풍 때 파손돼 철거된 상태다

호텔에 짐을 풀고 괌 시내를 돌아다녔다. 소셜미디어와 기사를 통해 “태풍의 잔해가 바다에 둥둥 떠 있다” “호텔‧식당 곳곳이 문을 닫았다” 같은 소식을 접한 게 어제 같은데, 현장 모습은 전혀 달랐다.

두짓타니, 더 츠바키 타워, 힐튼 리조트, 롯데호텔 등 주요 호텔‧리조트 모두 정상 영업 중이었고, 야외 수영장과 레스토랑 모두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닛코 호텔 관계자는 “태풍 직후 한국인 예약이 뚝 끊겼었는데 현재는 전체 투숙객 중 한국인이 30% 이상 차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달여 중단됐던 서커스 공연(슈퍼 아메리칸 서커스)도 7월 1일 쇼를 재개했다.

태풍 후 멈췄던 서커스, 뮤지컬 등 각종 공연도 모두 재개됐다. 사진은 지난달 새로 시작한 카레라 쇼의 모습.

태풍 후 멈췄던 서커스, 뮤지컬 등 각종 공연도 모두 재개됐다. 사진은 지난달 새로 시작한 카레라 쇼의 모습.

쪽빛 파도 일렁이는 바다와 그 위에서 패들보드·카약·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객도 모두 그대로였다. 현지에서 만난 칼 T.C. 구티에레즈(82) 괌정부관광청장은 “피해는 컸지만, 인명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면서 “한국인의 도움으로 괌 관광시장에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28~30일에는 괌정부관광청과 진에어, PIC 괌 호텔, 괌 한인회 등이 괌 투몬 지역 일대(이파오 해변, 마타팡 해변 등)에서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모든 상처가 아문 건 아니었다. 시내 외곽 도로에서 태풍의 잔해를 봤고, 기념사진 명소로 통하는 스페인 광장에도 나무가 뿌리채 뽑힌 흔적이 있었다. 괌을 상징하는 관광 명소 ‘사랑의 절벽’도 상처가 컸다. 7.6m 높이의 명물 ‘연인 동상’과 과일 음료를 팔던 노점이 태풍 피해로 사라져 어딘가 허전해 보였다. 그래도 전 세계 연인이 남기고 간 ‘사랑의 자물쇠’는 절벽 난간에 굳건히 매달려 있었다. 이날도 여러 한국인 연인이 자물쇠를 걸며 추억을 남기고 돌아갔다.

괌 투몬 바다에서 스노클링과 카약을 즐기는 관광객 모습. 태풍의 잔해물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괌 투몬 바다에서 스노클링과 카약을 즐기는 관광객 모습. 태풍의 잔해물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명품 가방보다 인생사진

사랑의 절벽 인근의 탕기슨 비치.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아직 덜 알려진 비밀의 장소다.

사랑의 절벽 인근의 탕기슨 비치.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아직 덜 알려진 비밀의 장소다.

‘괌’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쇼핑이었지만, 요즘은 돈 쓰는 재미가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면세 쇼핑, 아울렛 쇼핑의 장점이 많이 퇴색했다. 1년 전에는 면세점과 쇼핑몰이 몰려 있는 투몬해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섬 전체를 돌며 괌의 숨은 매력을 담아보기로 했다. 명품 가방보다 인생사진을 택한 셈이다.

괌은 작다. 우리나라 거제도와 비슷한 크기로, 자동차로 2~3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며 기념사진을 남기는 여행을 선호한다면 한인 택시나 현지 여행사를 통한 반나절 남부투어가 적당하다. 괌 해안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세티만 전망대’,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서린 ‘솔레다드 요새’, 괌 최남단 ‘메리조 마을’ 등을 두루 거치며 기념사진을 담는 방식이다. 택시를 이용하면 4인 기준 200달러(약 25만원, 4시간)에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괌은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 없다. 체류 30일까지 한국운전면허증으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소형차의 경우 통상 100달러(약 12만원, 보험 포함) 정도면 24시간을 빌릴 수 있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섬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돌아보고 여유 있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괌 이나라한의 천연 수영장. 먼 옛날 화산의 영향으로 생긴 천연 물놀이 시설이다.

괌 이나라한의 천연 수영장. 먼 옛날 화산의 영향으로 생긴 천연 물놀이 시설이다.

이를테면 섬 남부 이나라한(Inarajan)은 반나절 투어로 잠깐 스쳐 지나기엔 아까운 지역이었다. 마을 끄트머리에 과거 화산 폭발로 형성된 여러 웅덩이가 있는데,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놀이 시설로 통한다고 했다. 화산 폭발의 잔해로 남은 갯바위가 해안선을 따라 장벽을 치고 있어, 거친 파도를 막아줄 뿐 아니라 수영장처럼 물이 맑고 잔잔했다. 당연히 스노클링하며 물속에서 노닐기에도 딱이었다. 전망대가 설치된 암초 위에 올라서면 천연 수영장과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괌 서부 에매랄드 밸리에서 다이빙하는 한 청춘의 모습.

괌 서부 에매랄드 밸리에서 다이빙하는 한 청춘의 모습.

괌 중부 지역 ‘사랑의 절벽’이라면 모르는 한국인이 없을 테다. 반면 절벽 아래 탕기슨(Tanguisson) 해변은 대부분이 알지 못한다. 25년 경력의 현지 택시 기사는 “백사장은 작고, 편의시설도 없지만 한적한 매력이 큰 해변”이라고 소개했다. 탕기슨 해변의 명물은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버섯 모양의 갯바위 두 개인데, 썰물 시간 북쪽 해안을 따라 돌아가면 만날 수 있다. 탕기슨 해변과 이나라한 천연 수영장 모두 한국인 여행자를 찾아볼 수 없는 비밀의 명당이었다.

반면 괌 서쪽 끄트머리의 ‘에메랄드 밸리’는 인생 사진 명소로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모양이었다. 바닷물과 하천이 만나는 하구로 햇볕에 따라 신비로운 청록빛을 내는 것이 특징인데, 방파제나 갯바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담아 가는 한국인 청춘이 유독 많았다. 물에 젖을 준비가 돼 있다면, 현지 청춘처럼 다이빙하며 인생사진을 남겨볼 수 있다.

차모로를 찾아서

차모로 문화를 체험하는 '밸리 오브 더 라떼'. 원주민 마을에 도착하면 차모로인이 전통 피리를 불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차모로 문화를 체험하는 '밸리 오브 더 라떼'. 원주민 마을에 도착하면 차모로인이 전통 피리를 불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괌의 역사는 신석기 시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차모로(Chamorro)’로 불리는 원주민이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이 땅에 터를 잡았단다. 괌에 있는 동안 질리도록 듣게 되는 ‘하파 데이(HafaAdai)’라는 인사말이 그들에게서 왔다. 차모로를 이해하면 당연히 괌을 더욱 생생히 즐길 수 있다.

차모로 문화 체험 중 하나가 바로 ‘밸리 오브 더 라떼’다. 섬 남부의 탈로포포(Talofofo)가 무대인데, 아담한 나룻배를 타고 차모로 민속 마을을 탐험하고 오는 프로그램이다. 나루터를 출발해 20분가량 메기와 코코넛 크랩이 바글바글한 정글을 통과하면 과거 차모로인의 삶을 재연한 마을에 도착한다. ‘라떼(Latte)’는 차모로족이 집을 지을 때 주춧돌로 사용하던 거대한 돌의 이름으로, 이 정글에도 10여 기가 남아있었다. 어른에게는 전통식으로 차린 차로모 밥상이, 아이에게는 육중한 물소 위에 올라타는 물소 타기 체험이 인기가 높았다. 코코넛 잎을 통해 불을 피우고, 각종 장신구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소 타기 체험 나선 한국인 어린이의 모습.

물소 타기 체험 나선 한국인 어린이의 모습.

하갓냐 성모 마리아 성당 건너편 광장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차모로 야시장’도 빠질 수 없었다. 갖은 먹거리와 술,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야시장의 풍경은 새로울 것 없으나 갖가지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소로서 특별한 매력이 넘쳤다. ‘아초떼’라는 식물의 붉은 색소를 활용해 붉은 빛이 도는 레드 라이스, 차모로인이 즐겨 먹었다는 바비큐와 소시지 등 괌이 자랑하는 먹거리가 한데 모여 밤새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차모로 야시장. 음식과 춤이 어우러지는 정열의 현장이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차모로 야시장. 음식과 춤이 어우러지는 정열의 현장이다.

여행정보

괌 주요 관광지. 김주원 기자

괌 주요 관광지. 김주원 기자

괌은 코로나 관련 규제가 전면 해제된 상태다. PCR 검사나 백신접종증명서 없이도 입국할 수 있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다. 8월 현재 대한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 등의 항공사가 인천~괌, 부산~괌 노선을 주 50회가량 운항하고 있다. 8~9월의 괌은 한국의 한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햇볕이 강해 선글라스와 모자가 필수다. 맑은 날에도 소나기가 잦은 편이라 우비도 챙기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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