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선 정부 돈 들여 전공의 양성…수술 의사가 연봉 두배 이상" [심장질환 진료 붕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은 주정부에서 의료인 양성에 매우 신경을 쓰고 의료인을 귀하게 여깁니다. 레지던트 양성 비용의 86%가 메디케어(노인 건강보험)·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에서 나옵니다."

이주용 미국 심장내과 의사 인터뷰

이주용(56) 미국 코네티컷 대학병원 교수(심장혈관중재 전문의)는 "미국 정부는 레지던트 양성에 문제가 생기면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으로 여기고 이들의 교육과 양성에 많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세대 원주의대-원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신촌세브란스병원 전임의(펠로,세부전공 의사)를 마쳤다. 강릉아산병원에서 심혈관중재시술 의사로 3년 근무하다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같은 분야 진료를 해왔다. 지난달 말 이 교수를 전화 인터뷰했다.

이주용 미국 코네티컷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 이주용 교수 제공

이주용 미국 코네티컷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 이주용 교수 제공

-심혈관중재 의사가 무리 없이 배출되고 있나.

"내과 10개 세부 전공 중 심장내과 경쟁률이 가장 높다. 2021년 1575명이 지원해 1045명이 합격했다. 연간 355명이 심혈관중재 펠로를 한다. 미국에서는 수술·시술 분야의 경쟁률이 제일 높은 편이다. 한국과 다르다. 심혈관중재 같은 세분된 전공을 선호한다."

-성형외과는 어떤가.
"미국도 최고 인기과의 하나이다. 한국 정도는 아니지만, 상업적 마인드를 가진 의사들이 미용·성형을 한다. 대학병원에서 화상, 치료성형술 등의 진료를 하는 성형외과 의사도 많다."

-수술·시술 분야 인기가 높은 이유가 뭔가.
"워낙 연봉이 높다. 심장 개흉 수술이나 뇌 개두(開頭) 수술 의사는 연봉이 70만 달러(8억9450만원, 세전 기준)~100만 달러(12억7800만원)에 달한다. 심혈관중재 의사만 해도 45만 달러(5억7500만원)~70만 달러(8억9450만원)인데, 일반내과(25만 달러)의 두세 배에 달한다. 사람 몸에 칼을 대는 진료과가 약으로 치료하는 과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해주니까 전공의·전임의가 몰린다."

-한국 의사들이 큰 병원에서 많이 빠져나간다.
"한국은 진료과에 무관하게 연봉이 비슷하다고 들었다. 대학교수의 월급이 2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 의사가 견딜 수 없으니 더 많이 준다는 데로 나간다. 국가적인 인력 낭비다."

-수술·시술 의사가 더 받으면 다른 과 의사가 가만히 있나.
"병원이 매달 의사 개개인이 얼마 버는지 생산성 지표를 산출한다. 모든 시술과 검사, 외래진료 건수 등을 수치화한다. 많이 벌면 많이 받을 만하다고 인정한다. 많이 버는 의사는 고되고 소송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그러면 과잉 진료하지 않나.
"환자에 문제가 생기면 주 정부에서 의사와 병원을 조사한다. 심각한 의료사고가 나면 의사를 징계하고 면허를 취소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의료사고가 나면 제3의 의사를 내세워 조사한다."

-정부가 의사 양성을 돕나.

"한국은 레지던트 인건비·교육비 등을 병원이 전적으로 부담하지만 미국(연평균 6만~7만 달러)은 86%(2018년 기준)를 연방정부 등이 댄다. 2%는 기부금에서 나오고, 병원은 12% 미만을 부담한다. 전공의·전임의를 뽑고 교육하는 디렉터 교수 임금의 최대 20%까지 연방이나 주정부 보조금에서 나온다."

-의대 졸업생이 다른 주로 많이 가나.
"코네티컷 의대는 주립대인데, 학생선발 때 주 출신을 우대한다. 졸업 후 주에 남길 유도하며, 의대 평가에서 이걸 중요하게 따진다. 주정부는 의료인 양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 미국 의사는 사회적 존경을 받는다."

심장내과 전문의 부족 인원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대한심장학회]

심장내과 전문의 부족 인원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대한심장학회]

-응급환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911(한국의 119격)에 요청하면 몇 분 안에 출동한다. 흉통이 있다면 응급구조사가 심전도를 측정한다.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병원 응급실에 바로 연락해 시술실(심도자실) 준비를 요청한다. 그러면 교수·펠로·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콜을 받고 바로 병원으로 출발한다. 환자가 응급실 도착 후 심장혈관에 풍선을 넣어 혈관을 뚫는 데까지(도어 투 벌룬 타임) 90분 내에 이뤄지는 게 목표다."

-이런 콜을 몇 번 받나.
"월평균 10번 정도다. 주 1~2회 온콜당직(전화대기)을 하고, 월 1회 주말 온콜 당직(금요일 오후 5시~월요일 오전 7시)을 한다. 일주일에 15회 정도 혈관중재시술을 하고, 주 2회 10명씩 외래진료를 한다."(한국 빅5 병원 중 한 곳과 비교하니, 한국이 온콜 당직은 1.5배, 중재시술은 2~4배, 외래진료는 14~32배 더 많다.)

-일과 삶의 균형이 유지되나.
"잘 된다. 만족스럽다. 연봉을 많이 받는 미국 중부나 서부 의사는 나보다 힘들게 일한다."

-미국은 필수분야 의사가 부족하지 않나.
"사망 원인인 1위 질환이 심혈관이다. 환자가 늘고 병원도 는다. 그런데 은퇴 의사가 늘면서 심장혈관중재시술 의사가 부족한 편이다."

-부족한 의사는 어떻게 메우나.
"외국 의대 졸업자를 활용한다. 의료업 종사 의사의 약 23%가 외국 의대 졸업자이다."

-혈관중재의사가 개업해 감기환자를 진료하기도 하나.

"심장내과 의사 몇 명이 모여 오피스형 외래환자 진료 사무실을 연다. 이들은 자기 전공대로 심혈관 환자를 진료한다. 이들은 시술실을 둘 수 없다. 큰 병원 수술실·심도자실로 환자를 불러 거기서 시술한다. 개방형 시스템이다. 큰 병원의 시술실과 인력, 장비 등을 활용한다. 의사와 큰 병원이 비용을 나눈다. 큰 병원이 오피스형 의사를 엄격히 평가해 선별적으로 시술실 사용을 허용한다."

-시술하다 사고가 나면.
"심한 중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숨질 수 있고, 질병 자체만으로 그럴 수 있다. 최선을 다했으면 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 안 그러면 위험 분야를 기피하게 된다. 의사를 보호하고 어려운 수술을 하는 의사를 귀하게 여긴다. 자꾸 비난하면 안 된다. 다만 제때 진료하지 않았거나 태만 행위가 의료사고의 원인으로 판명되면 대개 민사소송이 벌어지고 상당액의 합의금을 물어줘야 한다. 치사량의 약물을 주사하는 것처럼 고의로 심각한 의료사고를 내면 형사책임을 추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