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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154개 모두 철근 빼먹은 아파트도…윤 대통령 “전수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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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문제와 관련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경제보다도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부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지시는 주무부처 장관인 원 장관에게 전수조사 등 철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라는 당부였다. 국토부는 인천 검단 아파트처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아파트 91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전날 발표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무량판 구조가 보편화된 2017년 이후부터 조사하겠다는데, 그 범위가 넓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2017년 이후 설계·시공된 아파트들이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조사 범위도 국민이 조금이라도 우려하면 다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토부는 ‘전단보강근’ 누락 단지 15곳의 단지 이름과 설계·시공·감리에 참여한 기업들의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철근이 누락된 15개 아파트 가운데 10곳은 설계 단계부터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수서역세권, 경기도 남양주 별내, 오산 세교 등 수도권 8곳과 광주 선운2, 양산 사송 등 지방 7곳이었다.

이들 시공사에는 DL건설을 비롯해 대보건설, 동문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공영 등 중견 건설사들이 포함됐다.

누락 정도는 단지별로 차이가 있었다. 양주 회천 A15블록은 구조 계산 오류로 인해 전단보강근이 설치돼야 하는 무량판 부분 기둥 154개소 전체에서 누락이 확인됐다.

남양주 별내 A25블록과 음성 금석 A2블록에서는 다른 층 도면으로 배근이 이뤄지면서 수백 곳의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주 별내 A23블록은 302개 기둥 중 126개(42%), 음성 금석 A2블록은 123개 기둥 중 101개(82%)에서 누락이 나타났다.

파주 운정3 A23블록(304곳 중 6곳), 수서역세권 A3블록(345곳 중 5곳) 등은 상대적으로 누락이 적었다.

LH는 문제가 발견된 아파트 단지들에 보강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희룡 장관은 “이번에 문제가 된 LH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부분에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과거 관행적으로 있던 안전불감증, 그로 인한 부실시공 일체를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철저히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을 척결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업체에 LH 전관이 없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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