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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검은 옷 입은 전국 교사 3만명…"기본 인권조차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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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도심에서 교권 침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교사들의 집회가 열렸다. 폭염 속에서 이들은 교육권 보장과 공교육 정상화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사직로 4~5개 차로 500m를 가득 메웠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 명(경찰 추산 2만1000명)이 모였다.

이가운데 비수도권 교사 1900명은 버스 45대를 대절해 상경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대절 버스는 경기 3대, 강원 2대, 경남 7대, 경북 6대, 전남 8대, 전북 4대, 충남 9대, 충북 6대다.

교사들이 교권확립 대책을 촉구하며 주말에 단체로 거리로 나선 건 지난 22일에 이어 2주째다. 특정 교원노조나 단체가 아닌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집회를 마련했다.

이날 서울은 낮 최고 기온이 33도에 달하며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의 더위였지만,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교내에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를 추모하는 의미에서다.

집회에서 교사들은 교육권 보장과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연단에 올라 교권을 침해당한 사례를 공유했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교사의 교육권 보장,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1년째 광주광역시에서 근무 중인 한 초등교사는 지난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서 교사들이 고인이 된 서이초 담임교사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서 교사들이 고인이 된 서이초 담임교사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진로진학 지도를 할 때 교대나 사범대를 가지말라고 지도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기본적인 인권조차 교사들에게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며 “교사가 당하는 폭언과 인격 모독은 교사의 인격을 살해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교사가 될 학생들의 꿈마저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무안에서 왔다는 초등학교 교사 김모(31)씨는 “서이초 사건은 그 선생님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이렇게 교권이 추락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참가했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 정신과 상담을 받는 교사가 정말 많다. 나 역시 악성 민원을 정말 많이 받았고 학생과 학부모 때문에 울기도 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교사를 보호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초등교사 윤모(28)씨는 “학생을 따로 불러서 지도하면 공포감을 줘 아동학대, 다른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지적하면 수치심을 줘 아동학대라고 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선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102명이 참여한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가 발표됐다.

서울교대 교수들은 전국 교육대학·사범대학과 연대해 교권 회복을 위한 문제의식과 대책을 공유하고 교육공동체 인권연구소를 설립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교육 당국과 정치권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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