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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형 간염이 간암 주범…면도기·칫솔 빌려 쓰지 마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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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호 28면

헬스PICK

간에 만성적인 염증이 있는 상태인 간염은 간암의 씨앗이다. 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간암은 위암·대장암 등과 달리 뚜렷한 고위험군이 존재한다. 만성 B·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다. 이들 간염 바이러스가 20여 년에 걸쳐 서서히 간세포를 파괴하면서 간경변증·간암으로 악화한다. 세계 간염의 날(7월 28일)을 계기로 한국인의 간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만성 간염에 대해 알아봤다.

B형 간염, 약물 치료로 간 손상 막아

한국인 간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다. 술로 인한 간 손상보다 더 흔하고 치명적이다. 간염 바이러스는 원인 바이러스의 혈청형에 따라 A·B·C·D·E형 간염으로 구분한다. 국내에는 A·B·C형 간염 발생이 흔하다. 특히 6개월 이상 지속적인 간 염증을 유발하는 만성 간염인 B·C형 간염 환자는 간암 고위험군이다. 한국인 간암의 절반 이상은 B·C형 간염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성적인 간 염증 반응으로 간이 딱딱하게 변하는 간섬유화(Hepatic fibrosis)가 누적되면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한다. 간 섬유화로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간 부위가 줄고 그 여파로 간 기능이 떨어진다.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대한간학회 이사장) 교수는 “급성인 A형 간염은 만성화하지는 않지만 성인이 감염되면 간 기능이 빠르게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A형 간염은 전격성 간부전 등으로 진행하면 사망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40세 이상 성인이라면 한 번쯤은 간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나도 모르게 B·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B형 간염은 출산 과정에서 산모로부터 아기에게 수직 감염되는 비율이 높다. 이렇게 신생아 때 감염되면 90% 이상은 만성화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금처럼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출생과 동시에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50대까지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B형 간염 표면항원 양성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방 백신이 없는 C형 간염은 일상 속 침습적 습관으로 감염된다. 여러 명이 돌려쓰는 사혈침으로 피를 뽑거나 면도기·손톱깎이·칫솔 등을 빌려 사용하다가 여기에 묻은 체액·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타투(문신), 피어싱 등에 쓰는 바늘을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급성인 A형 간염은 성인이 노출되면 심각한 증상을 동반한다. A형 간염은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적인 2040세대인 MZ가 가장 취약하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송병근 교수는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소아 때 노출되면 70% 이상이 별다른 증상 없이 낫지만 성인 때 감염되면 매우 드물게 전격성 간부전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공 위생이 개선되면서 어렸을 때 자연 면역을 획득한 성인이 줄면서 집단으로 A형 간염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A형 간염 환자의 80% 이상은 2040대라는 통계도 있다.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가 정상 수준이라도 간염을 안심하기는 이르다. 간 기능을 살피는 AST·ALT 검사는 바이러스·세균 감염, 술 등 독성 물질, 중금속 과다 축적, 비정상적 면역반응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간 손상이 얼마나 심한 상태인지를 예측할 뿐이다. 최원혁 교수는 “간 수치만으로는 간염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도 간염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않는다면 이들 수치가 정상 범위 이내일 수 있다. 간 섬유화가 진행돼 간경변증으로 악화했을 때도 간 수치는 떨어진다. 간 수치는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염증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다. 더 이상 파괴될 것이 없으면 염증이 생기지 않아 간 수치가 낮을 수 있다.

MZ세대, A형 간염 면역력 떨어져 취약

만성 간염의 치료는 어떤 간염에 걸렸는지에 따라 다르다. B형 간염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로 간 손상을 막는다. B형 간염 항바이러스 치료로 간경변증 발생 위험은 65%, 간암 발생률은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 최근엔 바이러스 증식 등으로 간 수치가 2배 이내 상승하는 경미한 수준이더라도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로 회색지대(Gray area) 치료다. 배시현 교수는 “경미한 간 수치 상승이라도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서 간암으로 악화한다는 연구가 보고되면서 예전보다 빨리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상대적으로 B형 간염보다 치료가 확실하다. 강력하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치료 8~12주 만에 무려 98~99%의 완치율을 보인다. 이때 중요한 것이 조기 발견이다. C형 간염 간 섬유화가 누적돼 나타나는 간경변증이 생기기 전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가 늦으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애더라도 간 손상이 남아 간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서연석 교수는 “C형 간염은 일상 속 침습적 행위로 언제든지 감염될 수 있는데 건강검진에서 주로 시행하는 간 기능 검사 등으로는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C형 간염 선별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한다. 건강검진 때 C형 간염 검사를 추가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질병 인식도가 낮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질병관리청, 대한간학회 등에서 공동으로 특정 연령대 성인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C형 간염 조기 발견 시범사업을 한시적으로 시행했더니 수검자의 0.18%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왔다. 다행히 C형 간염 확진자 10명 중 7명은 항바이러스 치료로 회복 가능한 상태였다. C형 간염 검사로 빨리 발견하면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할 위험을 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급성으로 나타나는 A형 간염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잘 회복된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특이적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은 없다. 충분한 영양 공급과 안정을 취하면 낫는다. 다만 1% 미만에서 전격성 간부전이 발생해 긴급 간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의정부 을지대 소화기내과 한소정 교수는 “A형 간염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캐나다·일본 등 A형 간염 유행지역으로 장기 여행하거나 A형 간염에 면역력이 없는 소아·청소년, 성인은 A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2차례에 걸쳐 완전히 접종하면 A형 간염에 장기간 방어 능력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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