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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 증여세도 감세, 최저세율구간 60억→300억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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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제개편안엔 감세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라는 기존 정책 기조가 녹아 있다. ‘세수 펑크’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도 K콘텐트 제작사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감세의 틀을 유지했다. 결혼 때 부모로부터 받는 증여재산에 대해서는 1억5000만원(기존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주요 영향권에 있는 대상은 결혼 예정자·기업·중산층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던 세제 혜택 일부를 중산층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우선 혼인 증여세 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총 4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1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추가 공제한다. 기존 5000만원 공제까지 포함하면 1억5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금·건물·토지 등 증여재산 종류나 이를 사용하는 용도 모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부모로부터 3억원(각각 1억5000만원씩)을 받았을 때 현행 기준대로라면 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번 세제개편안대로라면 증여세는 0원이다. 정부는 2014년 부모의 증여에 대한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정한 이후 10년간 물가·주택가격·전셋값·결혼비용 등이 모두 오른 것을 고려했다.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소득에 대한 저율 분리과세(나이에 따라 3~5%) 기준금액은 연 1200만원에서 연 1500만원으로 높인다. 연간 사적연금소득이 기준금액을 넘으면 종합과세돼 세율이 6~45%로 뛴다. 기준금액이 넘어도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지만 세율이 15%다. 노후 세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리과세 기준금액은 2013년 이후 바뀌지 않았는데 그사이 물가와 노후생활비가 모두 오른 만큼 정부는 기준금액을 상향해 고령층 세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받는 출산·보육수당의 비과세 한도는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인다. 법인이 근로자에게 자급하는 출산·양육 지원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근거도 마련한다. 영유아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15%) 한도는 폐지한다. 산후조리원 비용 세액공제(연 200만원 한도)는 연 7000만원이던 소득 제한을 폐지했다.

정부는 자녀장려금의 연 소득 기준은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높이면서도 재산 기준은 유지했다. 가구원의 총 재산가액이 2억4000만원 이상이면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없다. 이용주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재산 기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수혜 가구가 현행 58만 가구에서 104만 가구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가업승계 때 증여세 최저세율 구간을 크게 확대한다. 현재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은 자녀에 주식 등을 증여할 때 10억원까지 공제, 10억~60억원 세율 10%, 60억~600억원까지 세율 20%를 적용받는다. 이를 개정해 10억~300억원까지 10% 세율을 적용한다. 연부연납 기간은 5년에서 20년으로 늘린다.

지난해 세제개편안과 비교해 감세 규모가 대폭 줄긴 했지만, 향후 국회 논의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은 나올 수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혼하는 자녀에게 1억원 이상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지, 수백억원을 상속하는 회사를 가업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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