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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 숫자 위주 보도, 원인·대안도 다뤘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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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40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김준영 전 성균관대 이사장)가 지난 25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위원들은 대면 또는 서면을 통해 7월 한 달 동안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7월 3일자 1면 ‘응급실 320일 차지한 환자, 위급환자는 뺑뺑이’ 기사는 의료현장의 실상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실감 나게 전하고 다양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한 기사였다.

6일자 10면 ‘양창수 “만주국법 차용한 민법, 지금도 그 법으로 전세거래”’ 기사는 법무부가 70년 만에 민법개정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텐데 단순히 이를 옮기지 않고 민법의 대가를 인터뷰해 전면 개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12~14일자에서 다룬 ‘2023 세금 낭비 STOP’ 기획기사는 예산 낭비 사례를 접하면서 분노의 감정까지 생기던 차에 적절한 문제 제기를 한 기사였다. 다만, 누가, 어떤 경위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명확하게 지적해 책임을 물어야 앞으로 유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17일자 6면에 ‘윤 대통령, “한강의 기적처럼, 드니프로강 기적 이뤄질 것”’ 기사를 실었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정부가 적극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국제사회 재건사업에는 의료, 복지, 교육, 환경 분야의 사업은 물론 ‘마음의 치유’를 포함해 공동체를 복원하는 포괄적 접근이 담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드니프로강의 기적’에 초점을 맞춘 보도는 다소 과거지향적 측면이 있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 이후 우리 사회에서 나오던 자체 핵무기 보유 논란이 일단 사라졌고, 대신 ‘워싱턴 선언’ 후속 조치가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 19일과 20일자에서 첫 ‘핵협의그룹(NCG)’ 회의 결과를 보도했는데 여전히 선언의 내용이 레토릭 차원에 머문다는 우려를 가진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아쉬운 측면이 있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18일 디지털에 실린 ‘발목까지 물 차는 수십억 새 아파트’ 기사는 최근 3년간 시공능력 순위 10위권 건설사의 하자 분쟁 건수 그래픽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시공 세대수 대비 하자 분쟁 비율이 아니라 단순히 하자 분쟁 건수만을 보여줬다. 건수만으로 특정 건설사가 10개 건설사 평균보다 2.7배 많다고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19일 ‘‘퇴사율 60%’ 이 직장…“가오 상실 시대” 한탄하는 의사들 왜’ 디지털 기사는 제4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소개하는 기사다. 그런데 “지역 의대를 나오면 익숙한 정주 여건을 선호하는 등 임금 외 요인에 대한 선택이 열려 지역 의사 수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지역 로스쿨 졸업 변호사들의 지역 정주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연구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6월 28일자 1면 ‘교육부 철밥통 막았더니 다른 부처와 바꿔 챙겼다’ 기사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통쾌한 기사였다. 관료사회의 도덕 불감증과 보신주의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보여줬다.

7월 10일자 1·5면에 걸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민주당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해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런데 1면 제목이 ‘그로시 국회 불러놓고 민주당 호통, 시위, 욕설’이었고, 5면 제목은 ‘국회 면담장 밖 노재팬 티셔츠, 욕설 시위…여당 “국제 망신”’이었다. 기사는 그로시 총장은 점잖고 합리적인데 야당과 시민단체는 매너도 없고 경우도 모르는 존재로 다뤘다. 기사는 그로시 총장이 한국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시민들의 의견 표출에 대해서는 혹독한 평가를 했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아트디렉터=3일자 12면 ‘전수조사 나흘 만에, 그림자아이 살해·유기치사 3명 더 확인’ 기사 이후 거의 매일 ‘그림자아이’ 관련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계속 ‘그림자아이’가 늘고 있다는 내용만 반복됐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정책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등을 입체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5일자 16면 ‘“킬러 문항 없다는 말에 반수 결심”…N수생 몰리는 입시학원’ 기사 말미에 “사교육을 잡겠다고 정책을 흔들면 역설적으로 사교육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는 인용문이 나오는데 킬러 문항을 없애면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건지, 수능이 쉬워지는 것이 무조건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독자위원회

독자위원회

11일자 16면 ‘장애인은 집에만 편견을 날렸다’는 단비 같은 기사였다. 장애인이 여행 간다는 사실이 기사가 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안 됐다는 안타까움이 든 반면, 이런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친구들끼리 장애인 친구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는 소소하고 아름다운 얘기가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8일자 5면은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지정 파문 기사를 다뤘다. 기사에서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 그룹2B로 지정됐다는 점을 명시하고, 그래픽을 통해 발암확인물질, 발암추정물질 등을 정리해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15일자 ‘오염수 ‘가짜 과학’이 국민 혼 빼앗아 괴담으로 번졌다’는 인터뷰와 과거 사례 그래픽을 통해 초기에 소비자들에게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광풍 여론몰이를 했지만 결국 과학적으로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입증되고, 재판에서도 무죄가 난 사실을 자세히 소개해 괴담의 위험성을 잘 보여줬다.

‘그림자아이’ 문제는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기피하고,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 낳은 불행이다. 낙태를 어느 정도까지 합법화할 것인지, 또 원치 않는 아이를 낳을 경우 사회가 어떻게 수용할지 등에 대해 제도적, 법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면 좋겠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전 성균관대학교 이사장=초등학교 젊은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다룬 기사와 관련해 과연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근본적으로 학교 공교육 정상화, 학생 인성교육 강화, 스승과 학생의 커뮤니티 조성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주는 기사를 게재했으면 좋겠다.

수해 피해와 관련해 매년 수재가 반복되는데 각 지자체에서 수해의 원인 분석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짚어준다면 앞으로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는 것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7월엔 전체적으로 기획기사가 알찼다. 특히 ‘2030 세금 낭비 STOP’ 기사는 이게 바로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후속 기사로 세금을 제대로 쓴 케이스를 대비해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과 관련해 경제 외교에 대한 기사를 많이 다뤘는데 비판적 시각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국민 시각에서 대통령의 경제외교 활동이 실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7일자 1면 ‘혼인신고 땐 청약 불가, 맞벌이 부부 ‘위장 미혼’’ 기사가 실렸다. 세태를 보여주는 기사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4일자 6면 ‘정부,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일본과 협의해 지속 참여 추진’ 등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기사들을 보면 우리가 공격이고 일본이 수비해야 하는데 마치 우리가 수비하는 듯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히려 정부는 국내 반대가 많으니, 정부가 요구한 조건을 일본이 수용하면 방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접근법이 필요한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4일자 1면에 ‘또 무늬만 개방형 채용, 감사관 절반 내부 수혈’ 기사와 관련해 개방형은 좋은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접근한 거 같다. 사실 민간 우수인재는 ‘경력 세탁’의 경우를 제외하곤 지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민간 지원자와 공무원의 이력서를 보면 경력 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인사혁신처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개방형 채용이 효율적인지를 다뤘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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