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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한·미 기준금리…“자본유출? 경제 펀더멘털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사상 처음 2%포인트로 벌어졌다. 금리 차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약세로 만들어,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차가 반드시 자본 유출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 역전 시기, 외국인 자본 유출 없어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7일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시기는 총 4번(▶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2022년 7월~현재) 있었다. 통상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달러 가치가 원화보다 더 올라, 달러 자산으로 투자가 쏠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은 4차례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특히 금리 역전 두 번째(2005년 8월~2007년 9월)와 세 번째(2018년 3월~2020년 2월) 시기에는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반대로 채권 시장엔 자금이 들어와 전체 투자금은 증가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외국인 투자가 금리 차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환경과 대외 이슈 등을 고려해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시기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금리 차보다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미·중 통상 갈등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양국 기준금리 차가 최대로 벌어진 최근(2022년 7월~현재)에는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증가했다.

금리 차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원화 가치가 유지되면, 자본 유출 발생 가능성이 떨어진다. 2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값은 1277.7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3.2원 떨어졌지만(환율은 상승), 13거래일 연속 1200원대를 유지했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보다 위험 자산 선호가 두드러진 영향이다.

하반기 경제반등 불확실은 위험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난관은 금리 차보다 오히려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있다. 상반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수출·소비·투자 등 주요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줄면서 역성장을 면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중국 경제 침체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업황 둔화가 부담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5%(4월 전망치)에서 1.4%로 낮췄다.

금리 차 큰데, 추가 인상은 제한

기준금리 격차가 과거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당장 금융 불안이 없더라도, 경험하지 못한 금리 차가 장기간 유지되면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대응책인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제한적이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새마을금고 사태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도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제어하기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금리 역전 폭과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업의 외국인 자금 유치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국내 거주자(정부 제외) 외화채권 평균 발행금리(달러 기준)는 지난해(3.6%)보다 1.3%포인트 오른 4.9%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동결해서 한·미 금리 차는 벌어졌지만, 실제 시장금리는 이미 미국 금리를 따라서 오르고 있는 셈”이라면서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 자본이 안 빠져나가는 것도 이미 기업들이 높은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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