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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 우려 불구 -4719억…감세 기조 그대로 간다 [세제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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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등 세수 증가로 지난해 나라 곳간이 넉넉해졌다.

법인세 등 세수 증가로 지난해 나라 곳간이 넉넉해졌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총 4719억원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만 올해보다 7546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세수 가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자녀장려금 확대(-5300억원), 출산ㆍ보육수당 비과세 확대(-642억원), 장기저당주택차입금 이자 상황 소득공제 확대(-220억원) 등이 세수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세목별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5900억원과 437억원이 줄어들지만, 법인세는 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합리화 등의 영향으로 169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추산이 가능한 일부 세목만을 토대로 한 예상치인 만큼 실제 세수 감소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이번 세법 개정은 안 그래도 세수 부족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16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조4000억원 감소했다. 세정지원 기저효과를 고려한 실질 세수 감소분도 26조2000억원 수준이다.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실적을 의미하는 진도율은 지난해보다 9.7%포인트 감소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세 기조를 이어간 것은 경기 침체 및 인구 위기 상황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엔 13조원이 넘는 세수 감소 효과를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 기조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경기가 회복되면 세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테니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나 사회복지 강화 등 필요한 정책을 적시에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올해 세법개정에 따른 계층별 세부담을 살펴보면 고소득층과 대기업보단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감세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게 설계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서민·중산층은 세부담이 6302억원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자는 710억원 감소한다. 중소기업은 425억원, 대기업은 69억원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땐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과 국민들의 투자·소비 여력을 확보해 드리는 게 맞다”며 “세금을 더 거두는 정책은 타이밍상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결국 세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상저하고’ 전망이 들어맞는다는 전제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 수입은 성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장 세수가 부족하다고 세금부터 높이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투자 감소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이 먼저”라고 밝혔다.

다만 경기 부양을 통한 세수 증대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경기 상황이 기대했던 수준만큼 올라오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고,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지난해 개편안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까지 고려했을 때 경기 부양에 따른 세수 증가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감세 폭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점을 두고 오히려 ‘정부가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개편안은 눈에 띄는 세율 개편보단 기존 정책을 일부 확대하는 데 그칠 뿐”이라며 “이 정도면 ‘감면’이지, ‘감세’라고 부를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추 부총리는 “지난해에 대대적인 세제 개편이 있었던 만큼 올해는 여러 가지 현실과 정책 여건, 개정 환경상 대대적인 개편을 또 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지난해를 기초로 올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담아낼 만큼만 담아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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