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 펑펑 한국에너지공대, 급여 14% 맘대로 인상...정부, 총장 해임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전경. 연합뉴스

지난 3월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전경. 연합뉴스

법인카드·연구비 부정 사용, 허위 수당 수령 등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의 비위 사항이 줄줄이 적발됐다. 감사를 진행한 산업통상자원부는 학교 측에 총장 해임을 비롯해 엄중한 조치를 요구했다.

지난해 3월 전남 나주에서 에너지 과학기술 고급인재 양성을 목표로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는 한전과 관련 그룹사, 정부·지자체의 출연금을 받는다. 그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번 감사는 여권을 중심으로 '지난해 9월 실시된 업무 컨설팅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났지만, 한전 측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올 4월 시작됐다.

27일 산업부가 발표된 감사 결과 학교 운영 전반에서 규정 위반과 관리 부실 같은 문제점이 적발됐다. 또한 한전의 컨설팅 결과가 한국에너지공대 운영에 중요했음에도 학교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되지 않았고, 후속 조치도 단순 개선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카드 사용·관리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건 264건(1억2600만원)에 달했다. A 교수는 한정식 식당 음식값 127만원을 법인·연구비 카드 3개로 나눠 내는 등 14회에 걸쳐 880만원을 분할 결제했다. 집행·정산에 문제가 있는 업무추진비도 800만원(28건)으로 집계됐다. 사업비로 써야 할 출연금 208억원을 기관 운영비나 시설비로 집행하기도 했다.

47명은 허위근무 등으로 약 1700만원(206건)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더 챙겼다. B 팀장은 퇴근 후 사무실 외부에서 시간외 근무 종료 시간에 맞춰 근무 시스템에 접속하고, 가짜 퇴근 시간을 입력했다. 25번 동안 320만원의 수당을 부당하게 받았다.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내부의 강의실. 사진 한국에너지공대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내부의 강의실. 사진 한국에너지공대

지난해 직원 연봉이 1인당 300만~3500만원 인상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산업부와의 사전 협의, 학교 이사회 의결 없이 내부 결재만으로 전년 대비 13.8%의 급여 인상을 자체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엔 민법과 맞지 않는 계약 업무 처리로 학교에 손해를 입히거나 연구비를 목적 외로 사용하는 등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C 교수가 연구비로 무선 헤드폰과 신발건조기, 공기청정기 등의 비품을 구입한 게 대표적이다.

산업부는 "한국에너지공대의 고통 분담과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 집행이 요구되는데도 기관 운영 전반에서 관리 부실·규정 위반·기강 해이가 대거 발생한 만큼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업무를 총괄하고 운영 책임을 지는 한국에너지공대 윤의준 총장에 대해선 그 책임을 물어 이사회에 해임을 건의했다. 비위 관련자를 두곤 6명 징계, 주의·경고 83건 등을 요구했다. 잘못 쓰인 시간외 근무수당과 법인카드 사용액, 연구비 등 5900만원은 환수하도록 했다.

한국에너지공대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빠른 시일 내에 개선·시정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총장 해임을 요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해당하는 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심의를 요청하는 걸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적극 추진됐지만 개교 전부터 필요성 두고 논란이 컸던 한국에너지공대는 앞으로 첩첩산중이다. 올해 예산은 1986억원 규모인데, 대부분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자체 수입은 129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한전과 관련 그룹사는 대규모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출연금을 30% 줄였다. 학교 설립·운영에 들어갈 비용이 2031년까지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셈이다. 또한 감사원도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3월부터 설립 적정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